“소비자 입장, 정부 대책까지 고려한 발언”

875원, 각종 지원·할인 모두 더한 금액

“대파 물가 모르는 것 아냐” 설명 시도

때아닌 '대파 논란'에 난처한 대통령실…尹 '875원 합리적' 맥락 살펴보니 [용산실록]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무 판매대를 찾아 농산품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때아닌 '대파 논란'이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마트를 방문해 대파를 놓고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한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야당은 해당 발언을 겨냥하며 연일 ‘대파 공세’에 속도를 높이고 있고, 소비자들 또한 “대파를 1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사는게 말이 되냐”고 토로 중이다.

그렇다면 대파 발언의 전후 맥락은 어땠을까. 전체를 살펴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최근 정부의 물가 안정화 대책 성과까지 고려한 발언”이었다는게 대통령실 측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민생점검차 찾은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대파에 붙은 가격표를 보며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마트를 찾았던 날, 전국의 전국 50개소(34개 마트+16개 전통시장) 평균 대파 소매가격 동향(원/kg)은 무려 3018원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앞에 놓였던 대파 가격표는 그보다 한참이나 낮은 875원이었다. 훨씬 높은 권장 소비자 가격에서 ‘정부의 납품 단가 지원’, ‘할인 지원’, ‘자체 할인’ 등 깎고, 또 깎을 수 있는 최대 혜택이 모두 적용된 결과다.

당시 발언을 보면 윤 대통령 또한 이를 충분히 인지했다는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가 “원래 가격은 1700원 정도 해야 되는데, 저희가 875원에 (했다)”고 답하자 윤 대통령은 “그런데 지금 여기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의 질의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염 대표가 대형마트 뿐 아니라 재래시장까지 할인을 한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염 대표는 “회장님께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하라고 하셔서”라고 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원래는 2550원”이라고 했고, 송 장관 또한 “한참 비쌀때에는 3900원까지”라고 보탰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저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들고”라고 덧붙였다.

이를 종합했을 때,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른 마트 등의 가격수준을 확인하고, 이와 비교했을 때 ‘하나로마트 판매가’는 정부 할인 지원 정책 등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 수 있겠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 등에서 파는 일반적인 대파 가격을 875원으로 잘못 인식해 물가를 외면한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이라고 언급했다는 설명이다. 대파 등에 대해 농가 수취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다녀간 뒤인 19일과 20일도 양재 하나로마트는 875원 대파 가격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창동·울산·수원·고양 등 하나로마트의 대파 가격이 900원대 였던 것보다는 한참 싼 수치다.

이같은 설명에도 야권의 대파 공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인천 일대 전통시장을 돌며 윤 대통령의 대파 발언을 저격했다. 이 대표는 대파 한 단을 높이 들어 보이며 “여러분, 850원짜리가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지지자들이 “아니요”라고 하자 “5000원이랍니다. 5000원”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대파 외에도 사과, 무 등 품목의 가격도 점검하며 정부의 특단 대책을 실시 중”이라며 “정부는 1500억원 이상의 농축수산물 가격안정 자금을 투입해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납품단가 지원, 농축 수산물 가격 할인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