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제주도에 토착화될 수 있다.”
동남아 여행에서 꼭 주의해야 할 감염병이 하나 있다. 바로 뎅기열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뎅기열이 난리다. 브라질에선 이미 올해에만 200명 넘는 사망자가 속출했다.
국내는 안심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지구온난화는 전 세계적 현상이고 당연히 한반도만 비켜갈 수 없다. 특히, 가장 남쪽에 있는 제주도에서 뎅기열에 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만큼 막기도 어렵고, 현재 마땅한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다. 치사율도 높은 질병이다. 뎅기열 뿐 아니다. 이대로 온난화가 가속화되면 각종 열대성 질병이 한반도에 상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는 병이다. 뎅기 바이러스를 지닌 모기가 사람을 물면서 전파된다. 순식간에 고열이 발생하고, 두통과 근육통 등을 동반한다. 온몸에 발진이 생기기도 하며, 출혈을 동반할 수 있다. 조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40%에 달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아직 마땅한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고, 사실상 예방법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뿐이다.
질병관리청의 ‘기후변화 대비 매개체 감시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아열대 기후인 제주도는 매개체 감염병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뎅기열의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는 월동을 못한다. 그래서 겨울이 있는 한 생존할 수 없다.
하지만 1월에도 평균기온이 10도를 넘기게 되면 이집트숲모기가 생존할 환경이 된다. 기온 상승의 여파로 이제 제주도가 그 범주에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아직까진 뎅기열의 국내 발생, 토착화는 확인되지 않았다. 작년의 경우 205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지만 모두 해외 유입 환자들이다.
문제는 만약 국내에 뎅기열 매개체가 될 모기가 들어올 경우 환경적으론 이미 토착화가 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또, 해외에서 유입된 뎅기열 환자가 국내 흰줄숲모기를 통해 해외 여행을 하지 않는 국내 환자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뎅기열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논란이다. 현재 브라질이나 페루 등 남미 지역에선 뎅기열 확산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으며, 최근엔 남미 인접 국가를 비롯, 푸에르리코 등 중미 국가에서도 뎅기열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동남아도 비상이다. 태국의 경우 올해 1월 뎅기열 환자가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급증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환자가 늘었다.
뎅기열이 끝이 아니다. 한국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온이 1도 상승하게 되면 쯔쯔가무시증, 렙토스피라증, 말라리아 등의 감염병 평균 발생이 4.2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기를 매개체로 하는 각종 질병이 위험하다. 보고서는 “일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면 일주일 후 모기 성체 개체수가 27%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모기를 통해 국내에서 환자 발생이 증가할 수 있는 감염병은 알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황열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