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선거구획정과 쌍특검 연계”
한동훈 “민주당 머리 굴리는 소리 만”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여야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하기로 합의했던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대장동 50억 클럽 특검)’이 ‘선거구 획정안’에 볼모로 잡혔다. 여야가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선거구 획정안 합의가 안 될 경우 쌍특검법 재의결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쌍특검법 재의결을 최대한 지연시켜 총선 국면에서 여당에 불리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의 장기화를 꾀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공천이 마무리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재의결을 진행해 혹시 모를 이탈표를 최소화하려는 모양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오늘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쌍특검법 재표결도 못 한다”며 “두 가지는 연계된 사인이다. 선거구 획정안이 (오늘 본회의에서)통과 안 되는데 쌍특검법만 재표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날 오후 본회의 전까지 선거구 획장안 협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에 쌍특검법 재의결 여부는 여야의 선거구 획정안 협상 결과에 따라 엇갈릴 전망이다.
당초 여야는 비례대표 의석을 1석 줄여 전북 지역구 의석을 1석 늘리는 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부산 남·북·강서구 경계 조정을 추가로 제안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민주당은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시한 선거구획정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키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에 전달했다. 국민의힘은 지역 대표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원안 처리에 반대 중이다. 원안대로라면 강원과 경기 북부 일대에서 ‘공룡 선거구’가 탄생하게 된다.
전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비례대표 한 석을 양보해 획정위 원안에서 한 석이 감석된 전북을 채워주고 합의된 특례지역이라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며 “민주당이 부산을 또 추가로 조정하자며 요구해왔고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다시 획정위 원안대로 하겠다며 협상을 파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선거구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3월 중에 ‘원포인트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쌍특검법 역시 ‘원포인트 본회의’까지 재의결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쌍특검법 재의결이 3월로 미뤄질 경우 여당에서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텃밭인 강남과 대구·경북(TK), 영남권에 대한 국민의힘 공천이 미뤄지는 배경으로 공천에 배제된 현역의원들이 쌍특검법 재의결에서 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쪽으로 표를 던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쌍특검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자기들이 머리 굴리는 소리만 들리는 것 아니냐”며 “이런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총선에서)이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