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 운영’ 가평 단독주택 5번 유찰
다음달 유찰되면 4.4억까지 내려가
부지 넓어 주거용 한계…수요 한정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준공 5년 만에 경매로 넘어간 가평의 한 펜션 가격이 감정가 대비 3분의 1 수준까지 하락해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초부터 경매 절차를 밟고 있지만 유찰이 거듭되며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지 규모가 큰 데다 수요가 한정적이라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두밀리 일대에 위치한 한 펜션은 지난달 30일 최저가 9억106만7000원에 경매 입찰을 진행했지만 유찰됐다. 2022년 4월 경매개시가 결정된 이후 지난해부터 5차례 경매가 진행됐지만 모두 유찰됐다.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는 해당 펜션의 당초 감정가는 약 18억971만원이다. 지난해 3월 첫 경매 이후 두 차례 유찰된 뒤 재감정을 거쳐 당초 감정가보다 약 3000만원 높은 18억3891만원에 경매를 다시 진행했다. 이후에도 세 차례 유찰돼 가격은 6억3074만7000원까지 하락했다. 다음달 5일에 진행되는 경매에서도 응찰자가 없으면 4월에는 약 4억4152만원, 5월에는 약 3억907만원으로 경매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펜션 부지 규모는 4240㎡(1300평)에 달한다. 일반적인 축구장 면적(7140㎡)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건물만 보면 독채 펜션 6채가 자리하고 있다. 단층 주택 3채와 2층 주택 3채다. 풀빌라 펜션으로 운영되고 있어 일부 주택 내부에는 작은 규모의 수영장도 딸려있다. 태양광설비가 설치돼 있는 주택도 있다.
가평역에서 약 9km 정도 떨어져 있어 차로 약 15분, 대중교통으로 30분 정도 거리이고, 여름휴가지로 인지도가 높은 만큼 펜션 인근에는 글램핑장, 펜션 등 숙박업소와 전원주택, 농경지, 임야 등이 위치하고 있다.
건축물 대장을 보면 펜션은 2016년 착공해 2017년 4월에 준공했다. 지어진 지 불과 5년 만에 경매시장에 나오게 된 것이다. 등기상 소유주는 펜션을 담보로 한 대부업체에 총 3300만원을 빌렸지만 이를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방세를 체납해 지난해 가평군으로부터 압류를 당하기도 했다. 펜션 가치만 보면 상대적으로 3300만원은 적은 액수인데 이 외에도 다른 채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채권액수를 보면 감정가 대비 큰 돈은 아니다”며 “18억원이라는 가치만 보면 3300만원을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갚지 못한 것을 보면 등기상 나타난 빚만 3300만원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낙찰자가 인수해야 할 권리상 하자는 없다. 세입자 두 명이 전입신고를 했지만 펜션 직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 소장은 “소유자 측에서 (세입자가) 펜션 직원이라고 했고, 선순위 채권자가 되려면 유상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 되는데 법원에서 그런 말은 없었다”며 “낙찰자가 보증금을 인수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리상 하자가 없고 감정가 대비 크게 하락한 가격에도 유찰이 거듭되는 건 한정된 용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토지 규모도 그렇고 주택도 6채로 몸집 자체가 커 숙박업을 고려하는 수요자가 아니면 낙찰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 소장은 “가평에 세컨하우스 목적으로 전원주택을 알아보는 수요가 있어도 이 물건보다 풍광이 좋은 입지가 많고, 토지가 워낙 넓어 주거용으로 사용하긴 어렵다”며 “그렇다고 식당으로 활용하기에도 위치가 안쪽에 들어와있는 편이다”고 했다.
다만 현재 가격만 놓고 보면 숙박업을 이어갈 생각이 있는 수요자라면 낙찰받아도 될 만한 물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감정가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고 숙박업을 하기에 입지 자체도 괜찮아 응찰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강 소장은 “보통 펜션 중 고립된 섬처럼 산속에 있는 곳들이 많은데 이 물건이 위치한 곳은 그런 동네가 아니고 크진 않지만 바로 앞에 천이 흐르고 있어 여름엔 휴양객들이 있을 것”이라며 “근처에 캠핑장도 있고 숙박업 쪽으로 개발이 된 곳이라 위치는 괜찮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가평 펜션처럼 단독주택이 경매에 부쳐지는 사례는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단독주택 경매 진행건수는 912건으로 지난해 1월 519건 대비 76% 증가했다. 단독주택 경매 진행건수 추이를 보면 지난해 4월까지 500건대를 유지하던 경매건수는 4분기부터 급증해 10월 756건, 11월 803건, 12월 692건 등으로 집계됐다.
1년 새 이렇게 경매건수가 늘어난 건 금리인상 여파라는 해석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금리 기조를 경매시장이 텀을 두고 후행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강 소장은 “금리가 경매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 1년 이상이 걸린다”며 “금리가 가장 가파르게 올랐던 시점이 2022년 하반기였기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3분기보다 4분기에 경매 물건이 급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에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