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도 있는데. ‘밸류업’ 프로그램은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아닌가요.” (온라인 주식 관련 커뮤니티)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이 26일 공개된 가운데, 그동안 관련 수혜주로 꼽혔던 주요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 곡선을 그렸다.
장 초반 그동안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정부의 주가 부양책 발표 전 ‘차익 실현’에 나서려는 매물이 몰린데 이어, 실제 정부의 발표 내용 조차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종가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흥국화재 주가는 전 거래일 11.93%나 하락한 50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도 한화손해보험(-11.17%), 한화생명(-9.60%), 삼성생명(-3.56%) 등 주요 보험주 주가가 우하향 곡선 위에 올라탔다.
그동안 금융 당국이 주도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방안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수혜 섹터로 꼽혔던 은행·증권주 주요 종목들의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하나금융지주가 전 거래일 대비 5.94% 하락한 5만5400원을 기록했고, KB금융(-5.02%), 제주은행(-4.87%), 키움증권(-3.56%), 미래에셋증권(-3.02%), 유진투자증권(-2.56%), 한국금융지주(-2.11%)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 밖에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5.11%), 기아(-3.21%), 현대차(-2.05%) 등 자동차주도 하방 압박을 벗어날 수 없었다.
저 PBR 종목들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전인 장 시작 직후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정책 발표에 따른 변동장에 앞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정부는 고질적인 기업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도록 하고 우수 기업은 세정 지원을 하는 등 내용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으나 강제성과 구체성이 결여돼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세제·세정 지원안이 사실상 모범 납세자 선정에 관한 내용 뿐만 안큼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로 보기 어렵다”면서 “그동안 기대 심리에 상승세를 보였던 저 PBR株의 조정 장세가 한동안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오늘의 화두를 형성한 가운데 기관 순매도세에 주가가 하락했다”며 “정부 정책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저PBR 업종 중심으로 실망 매물이 출회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