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글로벌 AI 훈풍 좀처럼 탑승 못해
반도체 부문 실적·주도권 경쟁 악화 등 여파
‘AI 반도체 랠리 이탈’ 낙인 효과도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발(發) 글로벌 인공지능(AI) 훈풍을 좀처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 실적발표 후 SK하이닉스가 신고가를 경신하는 흐름과 대조적이다. 반도체 부문 실적 부진, 차세대 메모리 주도권 경쟁, ‘AI반도체 랠리 이탈’ 낙인효과 등 원인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0.27%하락한 7만2900원으로 마감, 이달 들어 최저가를 기록했다. 장 초반 16만9000원까지 오르며 2거래일 연속 신고가를 경신한 SK하이닉스는 3.13% 오른 16만1400원에 마감했다. 최근 한 달간(1월22일~2월22일) 코스피가 7.75% 오르는 사이 삼성전자 주가는 되려 2.14% 하락하며 글로벌 AI 반도체 랠리를 타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부진은 복합적 영향이다. 우선 주력인 반도체 부문(DS)의 수익 개선이 예상보다 더디다. 반도체 시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산 효과가 가시화하면서 과잉 재고가 완화돼 반등하는 추세다. 그러나 작년 4분기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 나왔고, 올 1분기에는 수요 정체와 메모리 가격 상승폭 둔화 우려마저 직면했다. PC모바일향 메모리는 수요 회복이 시작됐지만 데이터센터향 메모리는 1~2분기 사이 재고조정기간을 추가로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중요하지만 실질적 비중이 아직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 서버, PC, 스마트폰과 같은 레거시쪽에서부터 실적이 회복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수요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지된 리스크라지만 주가 상승에 필수불가결한 실적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차세대 먹거리인 HBM 경쟁에서도 SK하이닉스에 밀려 2위에 머물러있다. HBM은 기존 D램보다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는 줄어 AI용 메모리로 각광받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 등에서 주문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시장의 80%를 점유한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하면서 삼성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나아가 3월부터는 현존 세계 최고 사양인 5세대 HBM3E을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엔비디아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순항하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HBM 주도권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주가 모멘텀 약세의 요인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구도마저 악화됐다. 삼성전자는 TSMC에 이어 2위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 차이는 45%포인트(트랜드포스 조사 기준)에 달한다. 최근 전통 강자 인텔이 참전을 선언하면서 2위 자리도 위태로워졌다. 그간 엔비디아, 퀄컴, AMD 등 많은 대형 파운드리 고객사가 1순위로 TSMC, 2순위로 삼성전자에 일감을 줬다. 그러나 앞으론 2순위 자리를 두고 삼성과 인텔 간 경쟁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텔이 미국 정부의 지원은 물론 미국에 본사를 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 AI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SK하이닉스가 계속 우위를 점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며 “(반면)삼성전자는 AI와 동떨어지면서 랠리에 탑승하지 못하는 일종의 낙인 효과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