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나란히 사상 최고치 경신

AI반도체 훈풍…일명 M7·7인 사무라이 주도

“日소부장 이익체력에 주주환원 환경까지 밸류업”

美日 증시 새 역사로 이끈 ‘AI 반도체’ 랠리 [투자360]
[망고보드]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미국과 일본 증시가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로 무장한 반도체 기업들에 힘입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증시를 일명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M7)’이라 불리는 대형 기술주 7인방이 이끈다면 일본엔 ‘7인의 사무라이’가 강세장을 주도한 것이다. AI 반도체 최고 수혜주인 엔비디아는 22일(현지시간) 16% 넘게 급등하며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을 제치고 시총 순위 3위 자리를 탈환했다.

▶엔비디아 호실적에 美증시 ‘환호’=22일(현지 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456.87포인트(1.18%) 오른 3만9069.11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가 3만9000선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05.23포인트(2.11%) 오른 5087.03에 거래를 마치면서 사상 최고치를 8거래일 만에 다시 갈아치웠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460.75포인트(2.96%) 오른 1만6041.62에 장을 마쳤다. AI반도체 생산 기업인 엔비디아가 전날 장 마감 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랠리 재개를 주도한 영향이 컸다.

새해 미국 증시 상승장은 일명 ‘M7’이 주도하고 있다. 애플·알파벳(구글 모회사)·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등 M7은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연초 이후 강세 랠리를 펼치고 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16.4% 폭등한 785.38달러(약 104만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도 하루 만에 2720억 달러(약 361조원) 뛰었다. 같은날 AMD(10.69%)·브로드컴(6.31%)·마블 테크널러지(6.64%)·ASML(4.81%) 등도 주가가 상승했다.

일본 증시도 덩달아 훈풍을 맞고 있다. 전날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3만9098엔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34년 전 버블 경제 시기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본에는 일명 ‘7인의 사무라이’가 증시를 이끈다.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장비 기업 스크린홀딩스, 어드반테스트, 디스코, 도쿄일렉트론과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 스바루,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 등 7곳을 주목했다. 최근 1년 동안 스크린홀딩스 주가는 289% 올랐고, 어드반테스트(181%), 도쿄일렉트론(146%) 등도 크게 뛰면서 상승장을 주도했다.

새해 들어 일본 증시는 상승세를 나타내며 미국 증시와 ‘동조화’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간밤에 뉴욕 시장에서 AI 관련 대형주가 크게 오르면 일본 증시에선 개장 직후부터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는 식이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발표를 토대로 올 4월경까지는 상단 3만9200선까지 체력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최근 닛케이지수가 시장 예상보다 역사적 최고점을 빠르게 기록한 배경에는 엔비디아발 낙수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美日 증시 새 역사로 이끈 ‘AI 반도체’ 랠리 [투자360]
22일 일본 도쿄(東京) 증시에서도 닛케이(日經)225 평균주가는 처음 3만9000 선을 돌파, 버블(거품) 경제’ 시기 이후 35년 만에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전 거래일 대비 2.19% 오른 3만9098.68로 장을 마치면서다. (위 사진부터) 22일(현지시간) 미 뉴욕에 위치한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이다. 22일 도쿄 한 거리에 설치된 대형 증시 현황 모니터를 한 시민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고 있다. [EPA]

▶닛케이 ‘4만 돌파설’ 힘받는 이유는?=일각에선 일본 증시에 과열 우려도 보내지만 이제는 ‘4만선 돌파’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기업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자립을 향한 강력한 의지 속에서 일본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이 몸집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일찍이 눈여겨본 일본의 종합상사 역시 “원자재와 비원자재 사업의 균형이 잡히면서 추가 상승 여력도 있다”는 판단이다.

증권가도 일본 증시 전망치를 다시 올려잡으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 이익 체력뿐만 아니라 주주환원 등 증시 환경 자체가 개선됐다는 분석에서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연말 닛케이지수 전망치를 4만으로 종전보다 5%가량 올려 제시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일본 증시는 2022년 4월 동경거래소의 시장 구조 개편 이후 기업의 거버넌스 개혁 바람이 불었다”며 “실제로 최근 10년간 자사주 매입 규모와 기업 배당금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주주환원 정책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투자금을 빼 일본 증시로 몰려간 배경이기도 하다.

일본 거래소도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야마지 히로미 일본거래소그룹(JPX)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전일 닛케이225지수가 34년 만에 전고점을 경신했다. 일본 시장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국내외 투자자를 더 많이 초대하는 게 우리의 미션”이라며 “더 투자할 만한 시장을 만드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일본 거래소의 성공사례를 토대로, 정부와 한국거래소도 오는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엔비디아발 훈풍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시장 주도력이 쉽게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가 상승 속도보다 이익 전망 상향 조정 속도가 더 빠른 덕에 비싸다는 평가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엔비디아의 독점력이 꺾이지 않아 후발주자를 찾는 것보다 엔비디아에 집중하는 전략이 아직은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美·日 엔비디아 랠리와 달리 냉랭한 국내 반도체주,  왜? [투자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