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해수면 상승이 미래를 위협한다. 기후 위기를 잘 아는 정치가 필요한 때다.”
정치의 계절이 왔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표심 대결이 달아오르고 있다. 저마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우며 적임자임을 호소한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환경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이를 앞세운 표심 공략이 경쟁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엔 이동학 민주당 예비후보의 숏폼이 화제를 낳았다. 기후위기를 경고하며 양복을 입은 채 목까지 물에 잠긴 퍼포먼스다. 지난 2021년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장관이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연상케 한다.
이 예비후보가 최근 공개한 숏폼은 수온 3.4도 인천 영종도 앞바다에 양복을 입은 채 입수하는 영상이다. 그는 점차 물속으로 들어가며 “기후 위협은 빙하를 빠른 속도로 녹이고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가 사는 도시를 파괴한다. 인천은 런던이나 뉴욕보다 더 위험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천의 해수면 상승을 막기 위해선 기후위기를 잘 아는 정치인이 꼭 필요하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물에 잠기게 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복을 입은 채 점차 입수, 마지막엔 바닷물이 목까지 잠긴 채 영상은 끝난다.
이 같은 영상은 2021년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무장관이 보여줬던 수중 연설과 유사하다.
그는 기후위기의 세계적 대응을 논의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수중 연설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코페 장관은 정장 차림을 하고서 무릎까지 차오른 바닷물 속으로 걸어가 연설을 했다. 해수면 상승에 따라 섬나라들이 처한 위협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는 “지금 저를 보시듯 투발루에선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이란 현실을 살고 있다. 우린 가라앉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기 때문에 말뿐인 약속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호소했다.
선진국의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이 섬나라나 개발도상국의 기후재난으로 이어지는 만큼,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영토가 물에 잠겨 국민을 이주시켜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태평양의 섬나라가 겪는 위기 수준은 아니더라도, 한반도를 둘러싼 해수면 상승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지난 30여년 간 한반도 연안 해수면은 10cm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상승 속도가 갈수록 빨라진다는 점이다. 최근 10년의 상승 폭은 앞선 30년에 비해 1.3배 정도 빠르다. 인천이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다.
정치권이 기후위기에 주목하는 건 반길만한 일이지만, 중요한 건 진정성이란 지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앞다퉈 기후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 민주당은 기후 에너지 전문가인 박지혜 변호사를 1호 인재로 뽑았고, 국민의힘은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을 영입했다.
하지만 영입부터 경쟁이 치열했던 것과 달리 아직까진 양당 모두 유의미한 기후 정책을 내놓진 않고 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올해가 기후정치 원년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총선의 기후공약에 더 큰 관심이 쏠린다.
김병권 기후디지털전환 정책연구자는 최근 ‘기후정치 원년 시민선언’ 선포식에서 “2030년까지 기후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게 바로 2028년까지 임기인 22대 국회”라며 “올해는 한국 민주주의 사상 최초로 기후정치가 시작되는 원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