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 11주 연속 내림세
한은 기준금리 인하시기 저울질
금리 내려가면 부동산 가격 자극
서울 연봉 대비 아파트값 22.5배
수도권 자가비율 55.8%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서울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 가격이 11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어 한국은행도 이에 발맞춰 금리인하 타이밍을 재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시장금리 하락을 유발, 은행의 대출 금리를 떨어뜨리고 이는 부동산 가격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택 미소유자들은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연 근로소득 대비 아파트값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로 2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근로소득이 가장 높은 울산은 광역시 가운데 소득 대비 아파트값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국세청의 '시도별 근로소득 신고현황'(2022년)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시세'(작년 12월 말)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1인당 연 근로소득 대비 아파트값은 전국 평균 10.7배로 집계됐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22.5배로 가장 높았고, 세종이 12.2배, 경기가 12.1배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 평균 근로소득을 버는 가구가 평균 가격의 아파트를 사려면 22년 6개월간 월급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모아야 한다는 의미로, 그만큼 내집 마련이 어렵다는 얘기다. 근로소득 대비 아파트값이 가장 낮은 지역은 경북(4.0배)이었고, 전남(4.3배), 충남(4.8배), 전북(5.0배)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1인당 연 근로소득이 4746만원으로 가장 높은 울산의 경우 소득 대비 아파트값이 5.9배로 전국 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밖에 광주 7.3배, 대전 8.2배, 대구 9.1배, 인천 9.4배, 부산 10.0배 등이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 팀장은 "울산은 1인당 급여가 가장 높은 지역이지만,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소득 대비 내 집 마련 부담이 덜한 지역"이라면서 "서울과 세종은 급여가 울산에 이어 2, 3위였지만 집값이 비싸 내 집 마련이 만만치 않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재작년 기준으로 서울에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2년 모아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에서 집을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난 한 해 동안 1년 더 늘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주거실태조사는 전국 표본 5만1000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개별 면접 조사 결과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자가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Price Income Ratio)는 데이터의 중간값인 중위수 기준으로 9.3배였다. PIR은 월급을 쓰지 않고 꼬박 모아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재작년 수치는 역대 최고치였던 2021년(10.1배)보다 다소 낮아졌다. PIR이 10.1배에서 9.3배로 줄었다는 것은 월급을 다른 곳에 쓰지 않고 모아서 내 집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년에서 9년가량으로 줄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서울의 PIR은 2021년 14.1배에서 지난해 15.2배로, 인천의 PIR은 7.1배에서 7.7배로 각각 높아졌다. 경기는 9.9배에서 8.9배로 낮아졌다. 2022년 집값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서울 PIR이 높아진 것은 매년 6월 기준으로 조사한 주택가격을 반영해 수치를 산출하기 때문이다. 재작년 집값 하락은 하반기 이후 본격화했다. PIR이 서울 다음으로 높은 지역은 세종(9.3배)과 경기(8.9배)였다. 전국 평균 PIR은 2021년 6.7배에서 지난해 6.3배로 감소했다.
2022년 임차가구의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중(RIR·Rent Income Ratio)은 소폭 커졌다. 전국 기준 RIR은 16.0%(중위수 기준)로 전년(15.7%)보다 증가했다. 월 소득의 16%를 임대료로 쓴다는 뜻이다.
수도권 RIR 역시 17.8%에서 18.3%로 커졌다. 수도권의 RIR 증가는 2019년(20.0%) 이후 3년 만이다. 다만 서울의 RIR은 2020년 21.3%에서 2021년 21.6%로 커졌다가 작년에는 20.9%로 줄었다. 인천 RIR은 1년 새 15.9%에서 19.0%로 크게 뛰었고, 경기는 15.6%에서 16.1%로 증가했다.
재작년 주택 자가 보유율은 61.3%로 2021년(60.6%)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주택 자가 보유율은 200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자가 보유율이 54.7%에서 55.8%로, 광역시 등은 62.0%에서 62.8%로, 도지역은 69.0%에서 69.1%로 올랐다. 수도권 자가 보유율은 2008년(56.6%)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자가 보유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자가 점유율은 57.5%로 전년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2022년 점유 형태는 자가가 57.5%, 임차는 38.8%였다. 생애 첫 내 집 마련까지 걸리는 기간은 7.4년으로 전년(7.7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주거복지 수준이 높아지면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줄어드는 추세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2014년 이후 5%대를 유지해 오다 2021년 4.5%, 지난해는 3.9%로 감소했다. 1인당 주거 면적은 34.8㎡로 전년(33.9㎡)보다 소폭 증가했다.
전체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7.9년으로 전년(7.5년)보다 늘었다. 점유 형태별로 보면 자가 가구는 10.9년, 임차 가구는 3.4년을 거주했다. 현재 주택 거주기간이 2년 이내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7%였다. 자가 가구 중 거주 기간이 2년 이내인 가구는 18.1%, 임차 가구(전세)는 55.1%로 나타났다.
주택보유 의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 중 89.7%가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응답은 1년 새 0.7%포인트 증가했다. 청년 가구의 82.5%는 임차로 거주하고 있으며, 청년 임차 가구의 전국 RIR은 17.4%로 1년 새 0.6%포인트 커졌다. 신혼부부 가구의 43.6%는 자가에 거주하고 있었다. 신혼가구 대부분은 아파트(73.3%)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가구의 75.0%는 자가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파트 거주 비율은 44.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