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 경영 참여 지속
하림 수용어려워…JKL 엑시트 통로 막아
[헤럴드경제=김성미 기자] HMM의 새주인 찾기가 원점으로 돌아왔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7주간의 협상을 벌였으나, 경영 주도권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HMM의 수익성 악화로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함에 따라 당장 매각 작업에 다시 나서긴 어려울 전망이다.
7일 산은과 해진공은 하림 컨소시엄에 HMM 인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공식 통보했다.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된 HMM 지분 57.9% 매각 작업이 백지화되면서 당분간 산은 등 채권단 관리 체제가 유지된다. 본입찰에 참여한 동원그룹 등 다른 원매자 찾기도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HMM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는 상황에 가격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운 탓이다.
인수합병(M&A) 업계는 산은과 해진공이 매각 이후에도 경영에 참여하는 등의 이유로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자가 최대주주 지위는 갖더라도 경영 주도권을 담보해주지 않으면서 사실상 산은과 해진공이 계속해서 경영에 참여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산은과 해진공의 경영권에 대한 의견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하림은 자체 자금, 인수금융, 재무적투자자(FI) 등을 통해 약 8조원의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12월에는 HMM의 현금자산은 해운불황에 대응하는 등 HMM에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10조원에 이르는 유보금 사용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그럼에도 협상이 결렬된 데에 하림은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간의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림의 FI로 나선 JKL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통로를 열어주지 않은 것 또한 새 원매자 찾기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출자자(LP)의 자금을 투자해 최대의 이익을 거둬야하는 것이 본질이다. 그러나 산은과 해진공이 지분 매각 제한 기간을 5년으로 두면서 JKL의 적시적기 회수가 불가능해졌다.
하림 측은 JKL의 지분 매각 제한 기각을 5년이 아닌 3년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했지만 산은과 해진공은 끝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FI의 참여 자체를 막은 것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재매각 시점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매각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HMM을 둘러싼 영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하림 측이 제시한 6조4000억원이라는 가격을 받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세계 2위 선사인 머스크(덴마크)와 5위 하파그로이드(독일)는 내년 2월부터 ‘제미니협력’이라는 새로운 해운 동맹을 창설한다. HMM이 소속된 해운 동맹 ‘디얼라이언스’에서 하파그로이드가 제외되면서 아시아권 선사만 남은 것도 HMM의 실적 감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HMM 인수전에 참여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하림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듯 HMM에 대한 기업가치를 하림의 인수가격 이상으로 부를 원매자는 찾기 어려워 보인다”며 “해운업황까지 악화되면서 당분간 재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