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장관,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 진행
“종합계획수립기관 선정·연구용역 예정”
“갭투자 위험 전세 대신 장기임대로 전환”
“집값 과도한 급락 아냐…하향 안정 추세”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5일 “기찻길옆 오막살이 집에서 기찻길 위 예쁜 빌딩으로 가꾸겠다. 기찻길 위에 얼마든지 도시를 만들어 주거·여가·생산 등의 용도로 쓸 수 있다”며 철도 지하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세종정부청사 인근 식당에서 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철도 지하화에 대해 “여야 합의로 법이 개정됐고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어 “재원 문제에 대한 확신이 없어 추진이 안 됐지만, 여야 합의를 통해 입법이 됐다”며 “종합계획 수립 기관을 선정하고, 대규모 연구용역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는 ‘철도 지하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통과했다. 철도지하화 사업은 현행 제도상 한계와 사업비 조달 문제 등으로 그동안 사업화가 어려웠는데, 기존 철도 사업의 틀에서 벗어나 지하화와 상부개발을 통합하는 사업방식을 도입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여야는 4·10 총선을 두 달 남기고 나란히 ‘철도 지하화’ 관련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구체적인 추진 방안에 대해 박 장관은 “국책연구기관과 민간에서 함께 참여하게 된다”며 “우선 지자체 주관으로 도시개발사업 형태로 사업성이 높은 지역부터 시범지구처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민간에서 최대한의 개발이익을 창출한다는 방침으로, 비용 최소화를 위한 공사 방안이 관건이 된다. 그는 “공사방법은 지금 단언하기 어렵지만 어떻게 하면 공사비를 절약하는지도 종합연구용역에서 중요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장관은 이날 “새로운 변화의 패러다임을 열고 싶다”며 철도 지하화를 비롯해 ▷재개발·재건축을 규제 대상에서 지원 대상으로 전환 ▷전세를 장기임대로 전환 ▷광역 교통 철도망 공급 ▷해외 건설에서 도시 개발을 주된 시장으로 변화 등을 5가지 패러다임 전환 과제로 꼽았다.
특히 박 장관은 전세 제도의 대안으로 기업형 장기임대 제도를 꼽았다. 전세 보증금보다 비용 부담이 덜하고, 갭투자 사기 위험에서도 자유롭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전셋값이 너무 올랐고, 전세금 상당부분이 은행 대출”이라며 “(장기임대 제도는) 주거 패러다임을 불안정한 전세에서 안정적인 양질의 임대주택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치 보증금만 있으면 월세를 내는 형태로, 쉽게 결혼할 수 있다”며 “전세 갭투자의 위험도 많이 줄일 수 있어, 전세 장기임대주택 및 민간에서 양질의 장기임대주택이 공급되도록 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기본이 정부가 노터치(No touch)하는 것”이라며 “지원도 관여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이 보유한 부지에 오피스텔, 세미 실버타운에 준하는 시설을 지으면 정부 지원 없이도 임대료를 낼 수요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부부 (경제력을) 합산하면 부모님한테 받는 몇억원의 전세금은 없지만, 열심히 일하는 젊은 부부면 임대료를 낼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쉽게 집을 구하게 된다”며 “외국에서는 청년, 노인, 육아시설 임대주택 등 특화된 형태로 전세금을 마련하지 않아도 니즈에 맞는 다양한 주택에서 많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만 쌩뚱맞게 전세가 있어서 못 깨는 것”이라며 “전세는 사기 당하는 이들도 많아 위험한 제도가 되고 있고, 사실 반월세가 되는 것이라 빨리 개혁해 정상적으로 다양한 주택을 공급할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장관은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선 “집값이 가장 높았던 2022년 하반기와 비교해 85∼90% 사이에 와 있기 때문에 결코 과도하게 떨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자연스러운 등락의 사이클상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망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집값이) 상당 기간 하향 안정 추세로 가서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상황으로는 안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한 1·10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정상화한 것이지, 경기 부양을 위한 앰풀 주사를 놓는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은 고금리, 경제성장률 등 펀더멘털로 집값이 하향한 것이기에 (1·10 대책 발표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 장치들을 걷어 내도 시장 반응이 없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