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자사주 매입 규모 7388억여원
전년보다 1690억원 증가
셀트리온·동원산업 등 자사주 소각도
“주주가치 제고 위해선 소각으로 이어져야”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금융당국이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주주환원 강화 기조를 보이면서, 연초 자사주 매입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자사주 취득(자기주식취득결정·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체결결정) 공시 건수(연장결정 제외)는 2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동일하다. 다만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는 7388억여원으로 전년(5690억여원)대비 1698억여원 증가했다.
가장 큰 규모로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기업은 기아자동차로 5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지난해 1월에도 기아는 동일 규모로 자사주 매입을 알렸다. 올 들어 규모가 급증한 이유는 증권사들이 동참하면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5일 696억여원(보통주1000만주·2우선주50만주) 규모 자사주 매입을 알렸고, LS투자증권으로 최대주주가 바뀐 이베스트투자증권은 637억여원 규모를 발표했다. 이외 한미반도체(200억원), 아세아제지(200억원), 종근당(150억원)도 이달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놨다.
자사주 소각도 이어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8일 약230만주(발행주식총수의 1.05%) 자기주식 소각 신청 절차에 돌입했다.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산업은 지난 16일 약1046만(22.5%)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발행주식 총수의 5분의1을 한 번에 소각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는 이유로는 주주가치 제고가 있다. 자사주 취득으로 유통주식수가 줄면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경영진의 의지를 보여주는 정책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실질적 이유로는 지배 주주의 경영권 안정이 꼽힌다. 자사주 매입 시 의결권 수가 줄어들면 기존 최대 주주의 상대적인 지배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경영권 위협 시 자사주 우호 주주에게 팔수도 있다.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선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단 지적도 꾸준하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자기 주식을 취득한 후 소각해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주식 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쓰고, 회사의 재테크 수단으로도 쓴다”며 “유동 물량을 줄인다는 의미는 있지만 주주환원으로서 의미가 별로 없다. 결국 자사주 소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의 자기주식 취득 금액은 8조3519억원으로 전년 대비 39.0% 늘었다. 자사주 소각 금액은 전년 대비 33.3% 증가한 4조7626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