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안전진단 수혜 지역 노원구 일대 가보니

아파트 단지 곳곳에 ‘정밀안전진단 추진’ 현수막

재건축 사업 활발하지만…거래 급감하며 매물 쌓여

[르포] “매물은 쌓여 있는데 급매만 찾아요” 안전진단 면제 효과 약하네 [부동산360]
지난 10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4단지 아파트 입구엔 ‘정밀안전진단 통과를 기원한다’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박로명 기자]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재건축 안전진단을 폐지한다는 발표가 난 후 매수 문의 전화가 평소보다 많아졌어요. 주로 급매물을 기다리는 매수자가 많고, 집주인이 가격을 낮출 때까지 관망하는 분위기예요. 지금도 매물이 쌓여있는데 거래가 활발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 S공인중개소)

지난 10일 찾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4단지 아파트 입구엔 ‘정밀안전진단 통과를 기원한다’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2021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해 정밀안전진단을 추진하고 있는 이 단지는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로 수혜를 보게 되는 아파트로 꼽힌다. 인근 공인중개소들은 “벌써부터 문의 전화가 온다”며 발 빠른 매수자들이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1·10 부동산 대책’에서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의 안전기준 절차를 사실상 면제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재건축의 첫걸음인 안전진단을 사업 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러한 ‘재건축 패스트트랙’으로 혜택을 볼 지역으로는 서울 노원구·강남구·강서구·도봉구 등이 거론된다. 특히 노원구는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만 9만511가구로 서울에서 가장 많다.

[르포] “매물은 쌓여 있는데 급매만 찾아요” 안전진단 면제 효과 약하네 [부동산360]
지난 10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 하계미성아파트. [박로명 기자]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노원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44곳이다. 아직 안전진단 단계에 머물러 있는 아파트 29곳이 이번 규제 완화의 수혜를 볼 전망이다. 재건축 사업 첫 단계인 예비안전진단(현지 조사) 문턱을 넘은 단지는 총 24곳이다. 상계주공7·9·10·12·13·14·16단지, 상계대림, 상계벽산, 중계주공 5·6·7·8단지, 하계청솔, 월계주공2단지 등이다.

예비안전진단 통과 후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는 곳은 5곳이다. 상계주공4단지, 상계보람, 상계임광, 중계동진, 하계미성 등이다. 정부의 구상대로 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 단지들은 안전진단 절차를 생략한 후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현장에선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파트 거래가 쉽게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재건축에 속도가 붙겠지만 매수자들은 쉽게 눈을 낮추지 않을 것”이라며 “상계주공4단지 전용 45㎡ 호가가 3억 후반에서 5억 초반까지 형성돼 있는데 급매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여유자금이 있는 일부 매수자들도 집을 보러 왔다가 재건축 추가 분담금 소식에 신도시로 발길을 돌린다”고 덧붙였다.

[르포] “매물은 쌓여 있는데 급매만 찾아요” 안전진단 면제 효과 약하네 [부동산360]
지난 10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 청구아파트 한 편에 재건축 정밀안전지단을 추진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로명 기자]

이들은 최근 치솟은 공사비로 재건축의 사업성이 악화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봤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안전진단은 신청하면 다 통과시켜주는 분위기. 진짜 문제는 추가 분담금”이라며 “집 주인들은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해도 빚내면서까지 재건축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을 팔려난 사람만 늘어 매물은 계속 쌓이는데 급매가 아니면 안 나간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원구 곳곳의 재건축 단지에서 추가 분담금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작년 말 상계주공5단지 조합 집행부가 분담금을 추산한 결과 30평형대(전용 84㎡) 아파트를 배정받으려면 세대당 5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 단지의 실거래 가격이 5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집값 수준의 분담금을 내야 재건축이 가능한 셈이다. 결국 소유주들은 시공사로 선정한 GS건설을 해임했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L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조합원들 사이에선 이제 재건축을 추진해도 10년 안에 입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심리가 없다”며 “한때 하계미성 30평 호가가 12억까지 갔었는데 이젠 8억 아래로 떨어져도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규제 완화로 당근을 제시했지만, 아직 법이 개정된 것도 아닌만큼 총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르포] “매물은 쌓여 있는데 급매만 찾아요” 안전진단 면제 효과 약하네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