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다 사망한 배우 이선균에 대한 경찰 수사에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과정을 보면 곳곳에서 아마추어나 할 법한 잘못들이 보인다.
▶여실장 진술밖에 없는데 피의사실 유포 =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는 지난 10월19일 언론 보도를 통해 "톱스타가 경찰 내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으로 처음 알려졌다.
'피의사실 공표'는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법에서 금지하고 있지만, 공인이나 유명인의 경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일부 허용되기도 한다. 다만 그 경우라도 수사가 어느 정도 진척돼 혐의를 공표할 만한 수준에 이른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선균의 경우 별다른 증거 없이 유흥업소 여실장 A 씨의 진술만 쥐고 있던 상태여서 피의사실을 공표할 만큼 수사 상황이 무르익지 못했음에도 외부로 알려졌다. 결국 이선균이 사망할 때까지 경찰은 여실장의 진술 외에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피의사실을 흘린 적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경찰이 내사 중인 사실을 경찰이 아니면 누가 흘렸냐는 의심까지는 지우지 못하고 있다.
▶수사 두달동안 증거는 없이 사생활만… = 이선균에 관한 수사상황은 이후 약 두달여 수사기간 동안 계속 유포됐다. 이선균이 여실장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통화녹음 등이 흘러나왔고, 그 내용 대부분은 마약 투약 혐의가 아닌 이선균과 여실장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이선균의 사망 전날에는 이선균이 경찰에서 진술한 투약 방법에 대한 해명까지 알려졌다. 경찰이 그같은 피의사실을 전부 유포했다고는 확인된 바 없지만, 유포된 정보 중에는 경찰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의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드래곤 마약 투약 무혐의로 체면을 구긴 경찰이 이선균 역시 증거를 못찾아 수세에 몰린 나머지 이선균의 다른 문제점들을 흘려 여론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 보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첫 조사부터 이선균이 진술 거부했다고… = 경찰 측에서 흘러나온 왜곡된 정보는 수사 초반부터 이선균을 궁지로 몰았다. 이선균은 10월28일 경찰에 처음 소환돼 조사를 받았는데, 진술을 거부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여론이 안좋게 흘러갔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진술 거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와 같은 일은 이선균과 함께 수사 선상에 올랐던 지드래곤 때도 있었다. 지드래곤이 온몸을 제모해 마치 증거 인멸을 시도하는 것처럼 경찰 측으로부터 정보가 흘러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으며 지드래곤은 염색을 하지 않고 오랜 시간 길러온 머리카락이 있어 마약 검사를 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지드래곤은 마약 음성이었으며, 경찰은 증거가 없어 지드래곤을 무혐의 처리했다.
▶마약 수사 처음하나… 다리털 조금 뽑아 = 경찰의 아마추어적인 실수는 마약 정밀 검사를 위해 이선균의 체모를 채취하는 과정에서도 있었다. 이선균의 다리털을 채취했는데 너무 조금만 뽑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정 불가'로 나온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 방송에서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일반 시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찰은 결국 이선균의 체모를 다시 채취했다. 단순한 실수라고도 볼 수 있지만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재차 경찰에 신체를 드러내고 체모를 채취하는 것은 큰 모욕과 압박이 될 수 있다.
▶비공개 소환 요청받고도 공개소환 = 경찰은 이선균을 소환조사하는 것 역시 정도를 벗어났다. 이선균 측이 비공개 소환조사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세차례나 공개소환한 것. 이에 이선균은 세차례 포토라인 앞에 서서 대중들에게 사과해야 했다.
경찰 수사공보 규칙은 사건 관계인을 미리 약속된 시간에 맞춰 포토라인에 세우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경찰청 훈령인 '경찰 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16조 수사 과정의 촬영 등 금지 조항에 따르면 경찰관서장은 출석이나 조사 등 수사 과정을 언론이 촬영·녹화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불가피하게 촬영이나 녹화될 경우에는 사건 관계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고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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