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어지러운 세태 속에서도 오직 부인에 대한 사랑에 헌신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제가 있다. 첫눈에 반한 곳에서 약혼식도 하고, 그곳을 평생 찾아다닌 것이다.

오스트리아 관광청이 황제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담긴 ‘2024년 유럽 문화수도(首都)’ 바트 이슐, 교향곡의 혁신 이끈 음악 거장 안톤 브루크너 탄생 200주년 등 호재를 앞세워 한국관광객에게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온천 휴양지로 유명한 ‘문화 수도’ 바트 이슐(Bad Ischl)과 주변 잘츠캄머구트(Salzkammergut) 지역은 합스부르크 마지막 황제가 평생 그 곳 만 갈 정도로 매력적이며, 19세기 주요 작곡가로 손꼽히는 음악 거장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 탄생 20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풍성하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바트 이슐은 황제 프란츠-요제프 1세와 황후 엘리자벳(애칭 시씨)이 약혼한 역사적인 장소이며, 황실 가족들이 자주 찾은 휴양지이다. 첫 눈에 반한 곳에서 약혼식 까지 올렸으니, 순정파 황제에겐 꽂힐 만한 여행지였던 것이다.

유럽 문화수도 墺 아트이슐, 황제가 그곳만 간 이유[함영훈의 멋·맛·쉼]
바트이슐 [오스트리아 관광청 제공]

‘2024 유럽 문화 수도’ 바트 이슐의 2024년 여행 테마는 ‘문화는 새로운 소금이다’이다. 이 로맨스의 도시는 알고보면, 선사시대부터 소금이 생산된 곳이고, 소금 거래 덕에 지역 전체, 심지어 잘츠부르크까지 번영하게 만든 오스트리아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장소이다.

역사적으로 소금이 지역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고, 그로 인해 고용 창출 및 지역 기반 발전까지 이어졌는데, 이제는 문화가 그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푸르른 산자락이 둘러싸고, 중심에는 트라운(Traun) 강이 흐르는 바트 이슐은 산지의 시원한 날씨를 즐기는 유럽인들의 피서지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행객들은 아직 잘 모른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실질적인 마지막 황제인 프란츠-요제프 1세는 평생 86번의 여름 중 무려 83번을 바트 이슐에서 보낼 정도로 이 도시를 사랑했다.

프란츠-요제프 1세와 황후 엘리자벳이 약혼식의 추억이 아로새겨진 바트 이슐을 피서지로 자주 찾게 되면서, 황제 부처를 따른 피서의 유행은 귀족을 거쳐 재계의 거물들, 부르주아층까지 확산되었다.

이 때문에 바트 이슐에는 오스트리아 상류 사회와 유럽 전역에서 찾아오는 휴양객을 맞이하기 위한 호텔, 커피하우스, 카지노, 산책로 등이 자리 잡았다.

또한, 수많은 예술가들 역시 바트 이슐에서 휴식하며 영감을 얻기 위해 별장을 지었고 아름다운 풍경 속 그림 같은 별장은 오늘날 바트 이슐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2024 유럽 문화 수도 선정을 기념해 바트 이슐을 중심으로 한 잘츠캄머구트 일대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여행객을 맞이한다.

오는 7월 바트 이슐 시립 박물관이 새롭게 태어난다. 제아우어 가문의 저택이었던 건물이 호텔 오스트리아로 그리고 현재는 호텔 외관은 남긴 채 바트 이슐과 주변 지역의 발자취를 담은 박물관으로 변모해왔다.

2024 유럽 문화 수도 선정을 기념해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며, 이곳은 황제 프란츠-요제프 1세가 어린 엘리자벳을 보고 첫눈에 반한 역사적인 공간으로도 알려진 바 있다.

유럽 문화수도 墺 아트이슐, 황제가 그곳만 간 이유[함영훈의 멋·맛·쉼]
광부들이 명작들을 목숨 걸고 폭파의 위기로부터 지켜냈던 알트아우스제 소금 광산 내부 [오스트리아 관광청 제공]

또한, 소금-호수-도시 프로그램(Salt Lake Cities - Artist in Residency Program)을 통해 오스트리아와 다른 국가의 젊은 예술가들을 초청해 잘츠캄머구트와 바트 이슐의 빈 공터에 문화로 활기를 불어넣는다. 초대된 예술가들은 한 번에 한 달에서 최장 세 달 동안 도시에 머물며 현장에서 전시, 팝업 프로젝트 등의 작업, 연구, 개발 등 예술적 공헌을 선보인다.

그 외에도 특별전 ‘그림의 여행 – The Journey of the Pictures’을 주목할 만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약탈당한 예술작품들이 잘츠캄머구트 지역 소금 광산 속에 숨겨졌다가 손실될 뻔했던 안타까운 역사가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작품을 지켜냈고, 덕분에 현재 세계 각지의 미술관에서 세기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전시는 3월 20일부터 10월 27일까지 잘츠캄머구트 지역 내 세 곳에서 진행된다.

음악 거장 안톤 브루크너는 1824년 9월 4일 오버외스터라이히(Oberösterreich)주에서 태어났다.

안톤 브루크너는 평생 소위 ‘시골내기’로 살았다. 수도인 비엔나에 18년이나 살면서도 결코 비엔나 중산층의 관습을 따르지 않았고, 복장과 심한 사투리 탓에 상류층에서 도드라졌다. 브루크너는 그만큼 자신의 뿌리를 중시했고, 오버외스터라이히 주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바로 이런 성격이 당대의 기존 교향곡과는 완전히 다른 새롭고 비범한 곡을 만들고 교향곡의 발전을 이끌어낸 이유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 문화수도 墺 아트이슐, 황제가 그곳만 간 이유[함영훈의 멋·맛·쉼]
안톤 브루크너가 오르간 연주자로 일한 린츠의 옛 대성당 [오스트리아 관광청 제공]

2024년 1월 1일엔 그의 이름을 따라 지은 브루크너 하우스 린츠 콘서트홀에서 ‘브루크너의 해’를 개막하는 연주회가 열린다. 3월에는 이곳에서 비엔나 필하모닉이 안톤 브루크너 탄생 200주년과 브루크너 하우스 린츠 개관 50주년 축하 콘서트를 개최한다. 콘서트에서는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7번이 ‘생일 세레나데’로 연주된다.

브루크너는 동물의 내장으로 만든 줄이 달린 현악기, 지금의 음색과는 상당히 다른 음색을 내는 비엔나식 목관·금관 악기 곡을 썼다. 그의 작품이 그가 원래 의도한 음대로 연주될 수 있도록 본 공연에 사용되는 악기부터 브루크너가 살던 시대의 제작법을 그대로 따라 만들어질 예정이다.

한편, 오스트리아 관광청은 2024년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왕성한 유럽여행을 할 나라로 보고, 그동안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에 집중해 오스트리아의 숨은 매력을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