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당시 50달러 육박 후 10달러대 부진 지속
세계최대 명품플랫폼 인수 결정
한투證 “단기 내 시너지 기대 어려워” 부정의견
3개분기 연속 흑자, 올해 창업 후 첫 年흑자 전망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최근 쿠팡이 실적이 빠르게 증가하고 명품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다각화가 한창이지만 주가는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사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인 쿠팡플레이의 ‘소년시대’ 등 시리즈 콘텐츠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쿠팡의 주가는 10달러대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 주가는 재작년 상장 당시만 해도 50달러를 육박했지만 하락세가 지속되더니 작년에는 11달러대까지 떨어졌다 현재 소폭 회복된 상태다.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세계 최대 규모 명품 패션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쿠팡Inc는 샤넬·에르메스 등 1400개 명품 브랜드를 190개국 이상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최고의 온라인 럭셔리 기업 파페치 홀딩스 인수를 통해 4000억달러(520조원) 규모의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에서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쿠팡Inc는 "쿠팡의 탁월한 운영 시스템과 물류 혁신을 럭셔리 생태계를 이끈 파페치의 선도적인 역할과 결합해 전 세계 고객과 부티크, 브랜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인수계약으로 파페치가 독점 브랜드와 부티크에 맞춤형 첨단 기술을 제공하고, 세계 유수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 소비자에게 다가서도록 5억달러(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뽑히는 한국은 파페치의 엄청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는 "파페치는 명품 분야의 랜드마크 기업으로 온라인 럭셔리가 명품 리테일의 미래임을 보여주는 변혁의 주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장을 추구함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제공하는데 다시 한번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명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는 일에 엄청난 기회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파페치는 포르투갈의 사업가 주제 네베스(49)가 지난 2007년 영국에서 창업했다. 명품업체들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급속하게 성장했고, 지난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하지만 이번 쿠팡의 인수로 비상장 회사로 전환된다.
네베스 파페치 창업자 겸 CEO는 "커머스를 혁명적으로 변화시켜온 쿠팡의 검증된 실적과 깊이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수백만 고객뿐 아니라 브랜드, 부티크 파트너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파페치와 함께 전방위적인 고객 경험 혁신에 확고한 투자 의지를 보여준 쿠팡과 파트너가 돼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파페치는 샤넬·루이비통·입생로랑 등 글로벌 명품을 파는 부티크와 백화점 매장 등이 입점해 있으며 50개국에서 만든 글로벌 최고 명품 브랜드 1400개로 미국,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 190개국 소비자들을 연결했다. 스트리트 럭셔리 브랜드 오프화이트(Off-white)를 비롯해 팜 엔젤스(Palm Angels) 등 다수의 '뉴가즈 그룹'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명품 부티크 브라운스(Browns)와 미국 스타디움 굿즈(Stadium goods)도 보유해 최첨단 기술과 럭셔리, 이커머스를 결합한 다양한 솔루션을 가진 기업이다. 쿠팡은 파페치 인수를 통해 190개국에 진출한 이커머스 네트워크는 물론, 인기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김명주 연구원)은 지난 20일 쿠팡의 파페치 인수에 대해 “파페치는 향후 비상장회사로 전환될 예정이다. 2023년 3분기 쿠팡은 현금 약 48만600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 부담은 없다”면서도 “더딘 경기 회복에 따른 글로벌 소비자의 소비여력 둔화를 고려했을 때, 파페치 사업이 빠른 시간 내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거나 쿠팡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는 어렵다. 단기적으로 파페치 인수는 쿠팡한테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팡의 온라인 명품 시장 진출은 국내 백화점의 명품 매출에도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쿠팡은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침체 속에서도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또 올해 들어 3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가며 2010년 창업 이래 첫 연간 흑자 달성에 바짝 다가섰다.
팡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8748만달러(약 1146억원·분기 환율 1310원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증가했다. 쿠팡의 분기 영업손익은 지난해 3분기 이래 5개 분기 연속 흑자다. 올해 들어서도 3개 분기 내리 흑자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1∼3분기 흑자 규모는 3억4190만달러(약 4448억원)로 첫 연간 흑자 달성이 유력시된다.
3분기 매출은 21% 증가한 61억8355만달러(약 8조1028억원)로 집계됐다. 분기 매출이 8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순이익은 9130만달러(약 1196억원)로 1% 늘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 매출이 59억6천602만달러(약 7조8178억원)로 21% 증가했다. 쿠팡이츠·쿠팡페이·해외사업(대만) 등 성장사업(developing offerings) 매출은 2억1752만달러(약 2850억원)로 41%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