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베스트먼트, 신기술금융업 라이선스
신사업 발굴·미래 유망기업 투자 본격화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두산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두산인베스트먼트가 신기술사업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신사업 발굴과 미래 유망 기업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9일자로 두산인베스트먼트를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로 등록했다. 이에 따라 두산인베스트먼트는 기술 등을 개발·응용·사업화하는 벤처·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은 올해 7월 자본금 3억원을 우선 출자해 두산인베스트먼트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금감원에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신청한 바 있다. ㈜두산이 지난달 초 운영자금 97억원을 추가로 출자하면서 현재 두산인베스트먼트의 자본금 규모는 100억원이다.
금감원 등록까지 마친 두산인베스트먼트는 초대 대표인 김태식 전무를 필두로 신기술을 보유한 벤처·스타트업 발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선적으로는 기계, 무탄소 에너지, 로봇, 반도체, IT(정보기술) 등 그룹이 현재 영위하는 사업군을 중심으로 투자 기업을 물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관계자는 “아무래도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데 방점을 찍고 해당 분야를 중점적으로 살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새로운 영역의 벤처·스타트업 기업에도 관심을 두고 살필 계획이다. 반도체 후공정 기업인 테스나(현 두산테스나)의 경영권 인수처럼 똑똑한 인수합병(M&A)이 성공적인 사업 영역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중공업·에너지를 주력으로 해온 두산은 지난해 테스나를 인수했는데 이는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로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당시 “반도체는 두산의 새로운 승부처로 기존 핵심 사업인 에너지, 기계 분야와 더불어 또 하나의 성장 축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결과 두산테스나는 최근 반도체 업황 부진에도 꾸준한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며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두산이 인수한 2022년부터 영업이익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신사업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신사업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두산의 미래를 이끌 오너가 5세가 신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박정원 회장의 장남인 박상수 수석은 올해 9월부터 ㈜두산 지주부문 CSO 신사업전략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CSO는 그룹 전반의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박 수석은 신사업 발굴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1994년생인 박 수석은 2019년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지내다 귀국해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투자증권 반도체 부문에서 일했다.
박정원 회장은 공식 석상에 설 때마다 “미래 시장을 선점해 나가자”고 임직원을 독려할 정도로 신사업 육성을 강조해 왔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비즈니스 모델 발굴, 새로운 시장 진출 등에서 적극 기회를 모색하자”고 언급한 바 있다.
벤처 투자를 위한 첫 펀드는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출자해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