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산운용사 23곳 CEO 간담회
이복현 “해외대체투자 펀드, 리스크 관리 강화” 주문
“투명성 잃으면 회사 자체 잃어…적극적인 사후관리”
주주가치 제고 위해 책임있는 의결권 행사도 강조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 여파가 맞물리면서 해외대체투자 펀드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29일 자산운용사들에 “적극적인 사후관리와 투자금 회수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특히 투자 절차를 점검하고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숨기지 않고 펀드 성과를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감원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 자산운용사 23곳의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해외대체투자 펀드 손실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권리 확보, 자금 통제 등 적극적인 사후관리와 충실한 투자금 회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투자 단계별 프로세스를 점검·개선하고 펀드 성과가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공시되도록 공정한 가치평가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를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판매현황’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일반 개인투자자 2만7187명은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에 1조478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만기가 대체로 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우량 해외 오피스 빌딩 마저 손실을 내고 있다.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Dallas) 지역의 시티라인 내 오피스 4개동의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가는 5억8000만달러(한화 약 7511억원)로 투자금 대비 달러 기준 약 30%, 원화 기준 20% 손실을 기록했다. 하나대체자산운용도 같은 댈러스 지역에 있는 오피스 빌딩 가치가 전년비 10%, 2020년 매입가 대비 15% 하락했다고 공시했다. 공실률도 거의 없었지만 부동산 침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시장이 회복되는 시기에 맞춰 자산을 매각할 수 있게 펀드 만기연장을 돕는 리파이낸싱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관 투자자 중심의 사모펀드들은 추가 자본 출자를 통한 리파이낸싱이나 대출만기 연장을 통해 손실을 줄이지만 다수의 개인 투자자가 모인 공모펀드는 이 같은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계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자들이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부실징후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가치 평가를 제대로 하는지 살피고, 공실률·부채상환계수 등 개별 부동산 자산 관련 정보를 주기적으로 파악해 조기경보지표에 추가 반영했는지 등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수익률 몇 퍼센트(%)를 잃으면 펀드 하나를 잃겠지만 투명성을 잃어버리면 회사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준엄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에 책임있는 의결권 행사도 주문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지난달 26일 ‘의결권행사 가이드라인’을 실무 중심으로 전면 개정했다. 이 원장은 “기업의 건전한 지배구조 형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하는 시장문화 조성을 위해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소유분산기업의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감시자로서의 역할 제고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