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최근 고공 행진하던 채권 금리가 급격하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물가 지수 발표 이후 금리 정점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금리가 큰 폭으로 내려온 만큼 추가 금리하락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전망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잠재된 크레딧 시장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와 회사채(무보증·AA-) 간 금리차는 이달 24일 기준 75.7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 8일 85.3bp에 달하던 스프레드가 불과 보름 만에 10bp 가까이 축소됐다.
은행채 발행 한도 폐지로 촉발된 쏠림 현상으로 약세가 불가피했던 여전채도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려가며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다.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5%대를 넘나들었다. 이후 지난 24일 4.791%로 내려오며 여전사들의 자금 조달에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달 순상환 규모만 5270억원에 달했던 캐피탈채는 이달에는 순발행으로 전환, 1일부터 24일까지 2조6000억원 넘게 순발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채 역시 이달 1∼24일 1조7950억원 순발행된 것으로 집계되며 지난달(400억원 순발행)과 비교해 시장에 온기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 크레딧 시장 강세는 이달 초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1월 FOMC 정례회의 결과가 시장에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해석되며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내려오자 스프레드 매력이 남아있는 회사채와 여전채로 투자 수요가 옮겨온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고 내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금리 정점론’이 힘을 얻자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크레딧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 쪽으로 붙어 내려오면서 스프레드 축소 여력이 있었던 우량 등급 크레딧의 강세가 셌다”며 “내년까지 국채 금리가 추가 하락해 기준금리와 역전될 리스크를 보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금리 레벨이 있는 크레딧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부동산 PF 이슈가 있다 보니 크레딧물 안에서도 저신용물은 (자금 유입이) 쉽지 않고 우량등급 쪽에 집중하는 현상은 좀 더 나타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이후 가파른 스프레드 축소 폭과 향후 펀더멘털 저하, 리스크 요인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스프레드 축소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보수적인 관점에서 상위 등급 위주로 신중한 투자를 권고한다”고 했다.
특히 여전채의 경우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부동산 PF 시장의 '큰 손'이었던 새마을금고가 경영혁신 일환으로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새마을금고는 PF 시장의 주요 선순위 대주 중 하나로, 새마을금고가 만기 연장에 반대할 경우 해당 사업장은 기한이익상실(EOD) 리스크가 확대된다”며 “PF 외에도 대체투자 시장에서 새마을금고가 투자를 줄이고 자금 회수 가능성이 커지며 이미 유동성이 마른 대체투자 시장에 자금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