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김치의 날’…10월 누적 수출액 1억3058만달러
대상·CJ제일제당 성장…해외도 ‘김치의 날’ 지정 잇달아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가 세계인의 밥상에 올라가고 있다. 다양한 경로로 약 200개에 달하는 전 세계 국가 중 절반에서 김치를 만나볼 수 있어서다.
22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김치 수출액은 1억3058만달러(약 1685억원), 수출국은 93개국으로 집계됐다. 수출액은 10년 전인 2013년(8928만달러)보다 46%, 수출국(61개)은 절반 넘게 늘었다. 수출액은 일본이 전체의 40.5%(5284만달러)를 차지하며 1위를 차지했다. 미국(3331만달러), 네덜란드(614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K-김치의 수출액은 2019년 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며 수출에 가속도가 붙었다. 건강과 면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김치가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수출길에 날개를 달았다.
2020년 7월 장 부스케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 명예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 수와 지역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에서 한국의 ‘발효 배추(김치)’와 독일의 ‘사워크라우트(Sauerkraut, 절인 배추로 일종의 독일식 김치)’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창현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진흥연구단장은 “2020년 전까지는 김치가 한인 위주로 해외에서 소비됐으나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퍼졌다”고 분석했다.
K-김치 수출을 주도하는 대표기업은 대상과 CJ제일제당이다. 국내 김치 시장에서 90% 점유율을 보유한 두 기업은 해외에 공장을 지어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큰형님’으로 불리는 대상의 종가 김치는 올해 3분기 전체 김치 수출액의 절반(52%)을 차지했다. 2022년에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 3000평 규모의 김치 공장을 세웠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현지에서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현재 빨간 배추김치를 비롯해 현지 수요에 맞춘 비건김치, 백김치, 비트김치, 피클무, 맛김치, 양배추김치 등 총 10종을 생산 중이다.
대상은 폴란드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2024년 폴란드 크라쿠프(Krakow) 지역에 신규 공장을 준공한다. 유럽에서도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글로벌 소비자 입맛을 겨냥한 해초샐러드김치 2종을 출시하는 등 메뉴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에서 성장판을 키우고 있다. 2016년 베트남 김치 시장에 진출한 이후 ‘비비고 김치’는 올해 60%의 점유율을 세웠다. 시장 규모 자체도 2015년 100억원에서 2020년 260억원으로 5년 새 3배 가까이 성장했다. CJ제일제당은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비비고 플랜테이블 김치’를 싱가포르와 호주에 수출하고 있다.
대표 식품기업의 홍보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대상은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1월 ‘모두를 위한 한국의 김치(Korea's Kimchi, it's for everyone)’라는 광고를 뉴욕타임스 지면에 게재했다. 2022년 10월 10일부터 11월 6일까지 총 6720회의 영상도 뉴욕 타임스스퀘어를 통해 송출했다. 대상은 역사, 문화, 세계화 편으로 구성된 김치 다큐멘터리 3부작 ‘김치유니버스’를 제작해 국·영문판을 유튜브에서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새로운 소비자층 확보를 위해 대상은 올해 9월 16일부터 약 3주간 영국 런던에서 글로벌 MZ세대가 김치를 경험하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국내에서는 올해 10월 서울 성수동 ‘김치 블라스트 서울 2023’ 팝업스토어를 열며 예술과 라이프스타일에도 김치를 접목했다.
이창현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진흥연구단장은 “과거 이민자의 음식으로 저평가되던 김치가 해당 국가에서 다문화적인 활동과 더불어 김치로 사회적인 결속을 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치의 날’은 2020년 제정됐다. 한국 외에도 미국, 브라질, 영국 등 해외 지역에도 김치의 날을 만들고 기념하고 있다. K-팝 등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김치가 문화적인 매개체로 활용되는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1년 8월 캘리포니아주에서 ‘김치의 날’이 기념일로 제정된 것에 이어 올해 12월 연방 정부 차원에서도 기념일로 지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