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11월인데 갑자기 더워서 집어넣었던 반팔티를 다시 꺼냈습니다. 이번엔 패딩 입을 날씨가 됐네요. 사계절 옷을 다 꺼내두려니 옷장이 미어터집니다”
오락가락 급변하는 날씨로 옷장이 혼란에 빠졌다. 100년 만에 가장 따뜻한 11월인가 했더니 불과 일주일 새 영하권으로 기온이 곤두박질쳐서다.
종잡을 수 없는 기온에 “무슨 옷을 입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한 공간에서 반팔티를 입고 다니는 사람과 패딩에 목도리를 두른 사람이 함께 있는 이색적인 장면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평소 민소매 옷을 즐겨 입는다는 직장인 박모(30) 씨는 “올해 가을은 짧은가 싶어 민소매와 반팔티를 모두 세탁, 압축해 집어넣고 니트를 입고 다녔더니 지난주에 갑자기 여름 날씨가 됐다”며 “더운 날에 두터운 옷을 입었더니 등에 온통 땀띠와 여드름이 났다”고 하소연했다.
추위를 많이 탄다는 직장인 오모(29) 씨는 “이미 초겨울 코트를 입고 다녔는데 비가 내린 뒤부터 한겨울이 됐다”며 “한겨울용 패딩 점퍼는 모두 부모님 댁에 부쳐둔 터라 급한 대로 털이 달린 얇은 야상 점퍼에 긴팔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이례적인 날씨가 잇따라 나타났다. 지난주와 이번주의 온도차가 25도 안팎으로 벌어진 상황이다.
지난 2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25.9도로 1907년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한 이래 11월 기온으로는 가장 높았다. 경북 경주시 29.4도, 강원 강릉시 29.1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했다.
이즈음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한, 일본, 필리핀 등 동아시아 전반적으로 굉장히 높은 기온이 나타났다. 남쪽의 고기압의 영향을 받다 보니 일사량이 강했던 데에 열돔현상까지 겹치면서 11월이 실종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남쪽의 고기압이 우리나라 동쪽으로 빠져나가면서 6~7일에는 가을비 치고 꽤 강한 비가 찾아왔다. 강수량이 경기 남부에서 90㎜, 남해안에서는 100㎜로 많았다.
비가 그치면서 차가운 북쪽의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때 이른 영하권 추위가 닥쳤다. 10일 아침 최저기온은 -2~13도, 낮 최고기온은 5~16도로 전날보다 2~5도 낮아졌다. 중부 내륙에서는 서리가 내리거나 얼음이 얼기도 했다.
11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아침 최저기온은 -7∼6도, 낮 최고기온은 5∼16도로 예보됐다. 여기에 강한 바람이 더해져 체감온도는 더 떨어지겠다.
11월답지 않은 여름 날씨 뒤에는 깜짝 한파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기상 전문가의 설명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기압능이 높으면 뒤따라오는 기압골은 굉장히 깊은 경우가 많다. 계절적으로 봐도 강한 추위가 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극심한 기온 차가 더욱 잦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기온의 진폭이 커진다는 점이다.
반기성 센터장은 “기온이 높았다면 낮아지는 게 당연한데 급격하게 변하느냐 완만하게 변하느냐의 차이”라며 “예전에는 변화가 완만했다면 이제는 급속히 기온이 올랐다 급속히 떨어지는 일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