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예탁금, 공매도 금지 첫날 3조원↑
여전히 예탁금 연중 최저 수준에 가까워
고금리에 주식보다 채권 상대 매력도↑
금리 하락 등 대외변수 나아져야 복귀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정부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전면 금지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국내 증시로 복귀할지 관심이 쏠린다.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투자자 예탁금은 공매도 한시 금지 첫날(6일)에만 3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정책으로 주식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예탁금은 여전히 연중 최저 수준에 가깝다. 전문가는 ‘숏커버링’에 따른 수급 개선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소멸하면서 증시 자금도 역시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매도 전면 금지 첫날인 6일 예탁금은 47조4298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거래일인 3일(44조6820억원)과 비교하면 2조7478억원 불어난 셈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이기에 주식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통한다.
다만, 예탁금은 여전히 연중 최저 수준에 가까운 상태다. 이달 들어 44조원대에 진입한 예탁금은 올해 들어 가장 낮았던 1월 10일 43조6927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면서 지난 9월 말까지만 해도 20조원선을 넘었던 신용융자 잔고 액수도 이달 6일 기준 연초 연저점(1월 11일 15조8102억원) 수준인 16조5766억원으로 급감했다.
개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전히 주식 투자의 매력도가 채권보다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국내 증시는 금융 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후 하루 만에 반락하는 등 변동성도 큰 상태다. 이차전지주 하락과 외국인 매물 출회 영향을 받으면서다. 금리 하락과 같은 우호적인 대외 변수가 뒷받침해줘야 투심도 살아난다는 분석이다.
실제 주식보다 채권의 기대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다. 에프앤가이드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투자와 채권투자 사이의 기대 수익률 차이를 의미하는 코스피 일드갭(yield gap·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의 역수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값)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대한 유동성이 풀려있던 2020년∼2022년 상반기까지는 7∼8% 수준을 유지하다가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이 시작되며 2022년 10월 5%대로 낮아졌다. 이후 일드갭은 더욱 낮아져 올해 8월까지 3∼4%대를 유지하다가 9월 들어 국고채 금리가 오르는 것보다 코스피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자 5%대를 회복했다.
낮아진 주식의 상대적 기대 수익률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축소시킨다. 이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이 공매도 금지 조치보다 금리 방향성이 국내 증시 방향을 판단하는 중요한 변수로 꼽는다. 2020년 3월에도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됐지만 당시엔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진 덕분에 증시의 추세적 반등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이후 코스피의 중장기 방향성은 미국 증시가 결정하며 미국 증시 역시 금리에 높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공매도 금지보다 금리의 방향성이 더 중요한 국면”이라며 “2020년 3월 사례처럼 확실한 금리 하락이 나오지 않는다면 추세적인 상승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