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내년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에 청신호가 켜지고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 2위 ‘재기’를 노리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이럴 때 '반도체 관련주'를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경험상 SK하이닉스의 시총 2위 기대감이 커질 때마다 반도체 부품주부터 심지어 대장주인 삼성전자까지 두루 낙수효과를 누렸다는 관측에서다. 여기에 2년 만에 급반등한 반도체 가격과 수출 개선 등 우호적인 대외 변수도 반도체주를 뒷받침해준다는 분석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6일 기준)은 96조8243억원으로 코스피 3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 LG에너지솔루션과(115조47906억원)의 격차는 18조6550억원 수준이다. 최근 한달전부터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살아나 지난 2일 22개월여 만에 장중 시총 2위를 잠시 되찾기도 했다. 이후 두 종목의 시총 차이는 3% 안팎 수준에 그쳤지만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힘을 받으면서 격차를 벌리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뛰면서 반도체 관련주도 덩달아 상승세를 탔다. 최근 1개월(10월 4일~11월 6일) 동안 코스피 지수는 4.02% 오른 반면, KRX반도체 지수는 8.7% 뛰었다. 이 기간 반도체 재료·부품주인 테크윙(36.2%), 덕산테코피아(36.14%), 퓨릿(26.16%), 하나마이크론(24.5%), 솔브레인홀딩스(22.98%) 등은 SK하이닉스(16%)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표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관련 종목들도 수혜 기대감이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시장에선 SK하이닉스의 강세가 반도체주 낙수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감이 크다. 과거 SK하이닉스가 시총 2위로 향할 때마다 삼성전기, LG이노텍, 삼성전자까지 반도체 관련주가 더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SK하이닉스가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시총 2위에 올라섰을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SK하이닉스 주가는 5% 올랐는데 같은 기간 삼성전자도 덩달아 7%대 상승세를 탔다. 그해 12월 수익률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반도체 기업의 평균 상승률은 무려 11%에 달한다. 삼성전기(10%), LG이노텍(9%) 등도 일제히 올랐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시총 2위 탈환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삼성전자와 IT중소형주의 주가 상승 낙수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2016년 말 반도체와 IT 하드웨어 중소형주 주가수익률은 대형주보다 강세를 달렸다. 최근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으로 국내 증시 반도체 업종의 시총 비중도 저점 대비 상승세를 타는 중”이라고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다시 ‘시총 2위’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봤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강세를 달리지만, 반등장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외국인과 기관들의 공매도 숏커버링(빌린 주식을 상환하기 위한 주식 매수) 영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거시경제 환경도 시장에 우호적인 재료로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AI용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에 대한 글로벌 수요 확대 역시 호재로 꼽힌다. 최근 들어 증권가도 줄줄이 목표주가를 올려잡으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달 들어 키움증권과 상상인증권은 14만원 안팎이었던 기존 목표주가를 16만원으로 올려잡았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반등이 시장 예상보다 더 크게 나타날 전망”이라며 “지난 2년여간 괴롭혀왔던 업계 내 재고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