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많이 하는 사람이 손해”
택시월급제 내년 8월 전국 시행
“월급제는 더 많이 버는 사람이 자기가 벌어서 못 버는 분들한테 보태주는 구조란 말이에요. 일 많이 하는 사람은 손해인거죠. 월급제 제대로 시행하는 회사요? 딱 3개 있을 겁니다.”(서울 택시기사 47세 김모 씨)
‘법인 택시 월급제’ 전국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택시 기사 뿐 아니라 법인택시 회사 사이에서도 ‘기존 사납금제가 더 낫다’는 반응이 많다. 개정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1년 1월부터 서울 지역에 한해 월급제가 시행됐다. 내년 8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지난해 실시된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고정 월급보다 사납금제가 낫다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지난달 작성한 ‘법인택시 업계 현황’ 에 따르면, 연합회가 지난해 2022년 9월 2일부터 23일까지 서울지역을 제외한 1101개 업체 운수종사자 5만2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사납금제를 찬성한다는 법인 택시 기사들은 89.8%(2만7714명)에 달하고 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법인택시 월급제 도입성과 분석 및 확대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많다. 2022년 6월 20일~7월 8일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 법인택시 1108개 업체 3159명의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월급제 시행에 반대한다는 법인 택시 기사는 47%(1485명)로 찬성 34.3%(1083명)보다 많았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18.7%(591명)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택시 기사들은 월급제보다 사납금제를 선호한다고 입을 모았다. 월급제를 시행하면 오히려 세금을 더 많이 떼서 실제 수입이 감소하고, 월급제(전액관리제)의 핵심인 기준금을 맞추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인 택시 기사 김모(47) 씨는 “1인 1차 기준금은 540만원인데, 이걸 맞추려면 최저 9시간 많게는 13시간씩 일한다”며 “하루 7시간 일해서는 기준금을 못 맞춘다”고 했다. 실제로 국토부의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사납금제를 했을 때 247만9177원이던 소득이 월급제(전액관리제)를 시행했을 때 220만4869원으로 약 27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서 우선적으로 택시 월급제를 시행했지만, 월급제는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 달에 채워야 하는 기준금을 사납금처럼 운영해 사납금을 채우지 못한 경우 월급에서 깎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서울에서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월급제가 내년 8월 전국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교통연구원은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현장에서는 법인택시 월급제의 안정적인 정착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적으로 월급제를 확대하려면 택시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 업계에서 제도 개선 등을 건의해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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