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매파 기조·이-팔 사태에 요동치는 환율
“내년 상반기 이후 환율 내릴 것”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천정부지로 오른 원/달러 환율 수준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210조원으로 불어난 외화부채를 감당해야하는 기업의 시름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내년부터 마무리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에 따라 내년 상반기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추이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연준 또한 여전히 견조한 경제 지표 등을 이유로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기조를 강화하면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이에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 등 외화를 빌린 기업의 빚은 더 커지게 되고, 그에 따른 이자 부담도 껑충 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비금융기업(기업)의 대외채무 합계는 1549억98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를 20일 마감 환율(1352.4원)으로 환산하면 209조6193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9억6980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반기 말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대외채무란 기업이 갚아야 하는 달러·유로화를 비롯한 외화 대출을 말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외화부채는 178억2270만달러, 1년이 넘는 장기 외화부채는 1371억7530만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 대비 단기 외화부채는 17억2380만달러 줄어든 반면 장기 외화부채는 26억9360만달러 증가했다. 고환율 시기 기업들이 만기가 긴 대출을 선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향후 원/달러 환율이 더 요동칠 경우 대외부채는 더 불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은 내년 상반기까지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1350원에서 등락한 뒤1300원대 후반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또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확전 여부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지만, 미 연준이 지난해와 같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상반기 이후 금리를 완화하는 신호가 나타나면 환율도 과거 장기평균 수준(1250원)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수출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비용마저 늘어날 경우 기업 사정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기업도 늘어나면서 기업대출 잔액도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와 관련해 “최근 기업대출이 늘어난 것은 회사채 금리가 올라 대출로 자금 조달을 이동하는 것이 많은 부분이 있다. 몇몇 대기업들은 대출을 받아 회사채를 상환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