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회사채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기업대출은 늘어난대로 늘어나 금융부담은 턱 밑까지 차올랐다. 여기에 은행채 발행한도가 폐지돼 시장에서는 우량채로 쏠리는 '구축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고금리 유지, 금융시장 불안, 여기에 만기 회사채 차환부담 등은 회사채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들은 약 4조 7000억원에 달하는 은행채를 순발행했다. 올해 들어 월별 최고치다. 최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커지고, 각종 고금리 특판 예적금 만기가 돌아오자 은행채를 통해 자금 조달을 늘린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79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9000억원 뛴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은행채 발행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경쟁을 막기 위해 초우량물인 은행채 발행한도를 풀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무보증‧신용등급 AAA) 금리는 지난 4일 연 4.795%로 연고점을 찍은 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출수요 성장으로 은행채 조달수요 증가했고, 최근 은행채 발행한도가 폐지됐다”며 “단기채를 은행채로 전환할 경우 시장의 자금을 집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은행채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조달 부담은 높아지고 있다. 또 신용등급 AAA인 공사채마저 발행을 늘리고 있다. 고금리에 은행채, 공사채 등 금리마저 오른 상황에서 회사채 시장으로 자금이 흐르기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이 대출로 눈을 돌려온 탓에 기업대출 규모도 가파르게 늘고 있는 상태다. 5대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238조2000억 원으로 한달사이 11조3000억 원 늘었다.
회사채 시장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건전성 악화는 금융권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눈에 보는 재정·경제 주요 이슈’ 보고서를 통해 기업부채를 화두로 꼽았다. 보고서에서는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데 기업대출이 늘어나면 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여기서 연체율도 추가로 더 올라간다면 늘어난 기업대출이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채가 너무 많이 발행된다거나 구축효과가 보인다면 (은행채 발행 시점 등을 조율하는) 조정을 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특별한 조짐은 없다”며 “일단 은행, 지주들의 발행계획은 보고를 받아 관련해 논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