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 사태 이후 급증

증시 조정에 하락 부추겨

‘빚투’ 후유증…초단기 주식외상 못 갚아 매일 500억 넘게 반대매매 [투자360]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초단기 외상으로 주식을 샀다가 돈을 갚지 못해 발생한 미수거래 반대매매가 이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급증한 위탁매매 미수금 잔고와 미수거래 반대매매 금액이 테마주 열풍과 2차전지 쏠림이 지속되며 계속 불어나는 양상이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는 강제 청산으로 지수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부터 가장 최근 거래일인 지난 12일까지 10월 일평균 위탁매매 미수금 잔액은 5669억원,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53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각 1월 대비 3.3배, 4.2배 뛴 금액이며, 특히 미수금 잔액은 올 들어 가장 많은 수준이다.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고 난 뒤 2영업일 뒤인 실제 결제일(T+2일) 안에 결제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 거래다. 만기를 보통 3개월 안팎으로 설정하는 신용융자 거래와는 구분된다.

미수금은 투자자가 미수거래 대금을 갚지 못해 생긴 일종의 외상값으로, 투자자가 이 외상값(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해 회수한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위탁매매 미수금 잔고와 반대매매 금액은 평소 각각 2000억원, 100억원대 정도를 기록해오다가 지난 4월 말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대폭 증가했다.

월별로 일평균 미수금·반대매매 추이를 보면, 3월(2098억원·234억원)→4월(2330억원·176억원)→5월(4922억원·489억원)→6월(4725억원·467억원)→7월(5456억원·569억원) 등 5월부터 크게 늘었다.

올해 반대매매가 특히 많이 일어난 날은 7월 3∼4일로, 당시는 2차 하한가 사태로 거래가 막혀있던 5종목 거래가 재개된 날이었다.

이후 8월과 9월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514억원, 510억원으로 다소 줄더니 이달 들어서는 531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무더기 하한가 사태 당시 차액결제거래(CFD)뿐만 아니라 해당 종목에 일반 신용융자와 미수 거래를 한 고객들도 있었다”며 “당시 주가가 연일 내리며 미수금과 반대매매가 급격히 늘어났고 7∼8월 2차전지 등 개별종목 등락이 컸던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투협 반대매매 통계에는 신용융자 거래에 의한 반대매매 금액은 포함되지 않고 미수거래에 의한 것만 잡히지만, 비슷한 속성의 레버리지(차입) 투자라는 점에서 두 거래로 발생하는 반대매매는 비슷한 추이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융자 거래로 돈을 빌리고 난 뒤 투자자들이 상환을 마치지 않은 신용융자 잔고는 최근 줄어들고 있다.

지난 8월 20조5573억원으로 정점에 달했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달 말 20조원 아래로 떨어지더니 이달 12일에는 18조5461억원으로 감소했다. 7월 말 10조원이 넘었던 코스닥시장 신용 잔고는 현재 8조7866억원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수가 하락하며 신용융자 잔고가 늘어날 때는 개인투자자들이 주가를 바닥으로 인식하고 투자에 뛰어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지수가 내릴 때 신용융자 잔고가 줄어든다는 것은 자발적인 손절매로 인한 청산 또는 증권사에 의한 반대매매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도 전 세계 증시는 대부분 강세를 보인 반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0.26%, 2.62% 하락하자, 전문가들은 과도한 빚투로 허약해진 수급이 국내 증시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을 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인 순매수와 신용 잔고가 빠르게 늘어났던 2차전지 업종이나 코스닥지수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가격조정이 손절매성 매도를 부르고, 매도가 또다시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빚투’ 후유증…초단기 주식외상 못 갚아 매일 500억 넘게 반대매매 [투자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