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연합]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의 연금개혁이 ‘더 내고, 더 늦게, 더 받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국민연금 개혁안의 밑그림이 될 전문가 위원회의 연금개혁 시나리오는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인상은 빠진 ‘더 내고 더 늦게 그대로 받는 안’이었지만,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안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 탓에 오는 10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정부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 받는’ 추가…‘3더’ 방식 개혁 급부상

29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1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를 열어 재정계산 기간인 2093년까지 기금 고갈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 18개 연금개혁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시나리오의 핵심은 1998년 이후 동결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올리고, 현재 63세인 연금 받는 나이를 68세로 점차 늘리는 것이다. 소득대체율 인상은 빠진 ‘더 내고 더 늦게 그대로 받는 안’이다.

위원회는 현재 9%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리고 2025년부터 연 0.6%포인트씩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5년간 인상해 12%까지 올리는 안, 10년간 인상해 15%까지 올리는 안, 15년간 인상해 18%까지 올리는 안이 거론됐다. 여기에 추가로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6세, 67세, 68세로 늘리는 세 가지 시나리오, 기금투자수익률을 현행 목표(4.5%)보다 0.5%포인트, 1%포인트 늘리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를 조합하면 18개 시나리오가 나온다. 시나리오는 18개지만 큰 줄기는 3개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2%, 15%, 18%로 각각 올리고 지급 개시 연령은 68세로, 기금투자수익률은 0.5~1% 포인트 올린다. 결국 ‘더 내고 늦게 받는’ 식이다.

그러나 최근 여권 안팎에선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당초 40%에서 42%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들은 내년부터 소득대체율 인하를 한시적으로 멈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발제에 담겼다. 소득대체율은 2007년 연금개혁에 따라 2008년 50%에서 매년 0.5%포인트씩 내려가 올해 42.5%, 2028년 40%에 도달할 예정이다. 이를 내년 기준인 42%에서 동결하겠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2~13%로 인상하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등에서 유력하게 거론한 15~18%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민적 수용성 감안…총선 앞두고 ‘소득보장’ 강화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 관계자들이 1일 오전 국민연금 개혁방안 공청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재정계산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이날 공청회를 통해 국민연금 개혁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복지부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 개혁안이 담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연합]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 관계자들이 1일 오전 국민연금 개혁방안 공청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재정계산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이날 공청회를 통해 국민연금 개혁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복지부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 개혁안이 담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연합]

이는 ‘국민적 수용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고민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 나아가 김 교수는 재정계산위가 권고한 연금 수급 연령을 늦추는 방안도 중장기적 개혁 과제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계산위는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6~68세로 늦추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의 변화를 고려해 수급 개시 연령 조정 여부, 소득대체율 인상 등 추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는 연금개혁을 두 단계로 나눠 하자는 의미다. 정부·여당도 이 방안에 반대하지 않는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소득대체율 인상 없이 연금개혁을 추진했을 경우 민심의 반발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 안정을 강조하는 한 자문위원들은 이 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보험료 인상 효과는 반감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앞으로 납부할 보험료와 적립기금을 제외하고도 올해 기준 1825조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미적립부채 추산을 언급한다. 재정안정성을 강화하는 연금개혁을 하지 않으면 현세대 연금 지급을 위해 미래 세대가 1인당 82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현재보다 3%포인트 올리면 적립금 소진 시점이 2062년으로 7년 미뤄지지만, 지급액이 늘어나면 적립금 소진 시점은 다시 앞당겨질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10월 정부 개혁안에 소득대체율 조정안을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김용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장은 보고서에 싣지 않았다고 소득대체율을 조정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