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상반기 코스피 지수의 비상(飛上)을 이끌었던 2차전지주(株)가 3분기엔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상반기 주요 20개국(G20) 주요 증시 지표 중 최상위권에 들었던 코스피 지수가 3분기엔 부진을 면치 못하며 하위권으로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주 등 각종 테마주에 나타난 ‘쏠림 현상’이 주도주를 제외한 증시 전반의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하방 리스크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국제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 예상보다 더딘 무역 수지 개선 등 매크로적 악재가 코스피의 상승세를 가로막았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등락률, 상반기 15.21%→3Q -2.67%
26일 한국거래소·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의 3분기 등락률(5월 31일 종가 대비 9월 25일 종가 기준)은 -2.6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G20 국가 주요 증시 지표 가운데 1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해당 기간 상위 5개국 명단엔 신흥국 증시 지표들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튀르키예(BIST)가 44.20%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아르헨티나(MERVAL·28.68%), 러시아(RTS·8.87%), 인도네시아(IDX종합·5.05%), 인도(SENSEX·2.02%)가 차례로 그 뒤를 따랐다.
주변 주요국 가운데선 미국(다우)과 일본(니케이225)이 각각 -1.15%, -1.54%로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앞지른 반면, 중국(상하이종합)은 -2.70%로 코스피 지수 바로 아래인 14위에 자리했다.
코스피 지수의 이 같은 부진은 올 상반기(1~6월) 등락률이 15.21%로 G20 국가 주요 증시 지표 중 5위를 기록하며 최상위권에 올랐던 상황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코스피 상승률을 앞선 곳은 아르헨티나(105.88%), 일본(29.08%), 러시아(28.81%), 이탈리아(FTSEMIB· 16.86%) 정도였다.
2차전지 쏠림에 더딘 무역 수지 회복·유가 급등·外人 외면
증권가에선 다른 G20 국가 증시와 확연히 구별되는 한국 증시 만의 3분기 특징으로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한 ‘쏠림 현상’을 꼽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표 2차전지주에 대한 수급 쏠림 현상으로 (반도체·자동차·IT 등) 그동안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주요 주도주에 대한 수급이 눌려버렸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주를 비롯해 각종 테마주들의 경우엔 수급에 따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변동장세가 나타났다”며 “이로 인해 증시 전반에는 ‘돈맥경화’ 현상이 벌어지면서 주가 상승엔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올 상반기에 비해 3분기에 들어서며 국내 증시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시 가격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지수가 2650선에 도달했을 때 직전 분기 확정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정도”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발표한 글로벌 경기 선행지수 개선 분위기에 비해 국내 경기의 회복 속도가 확연히 더딘 것이 수치상으로 확인됐다. 수출 회복 속도마저 예상치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삼성전자 등) 주요 대형주의 종목별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실망감이 투심 약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 급등세도 3분기 국내 증시의 오름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89.68달러를 기록했다. 올해에만 11.74%, 9월 들어서만 7.23% 상승한 것이다. 신 센터장은 “국제유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기업들에 비용으로 책정되는데, 증시 상승률이 높았던 상반기까진 작년 유가 하락분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지난 3월 저점을 찍은 후 국제 유가가 20~30달러 가까이 오르며 국내 기업 수익률 전망에 결정적 타격을 가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1·2분기에 비해 급감하며 ‘마이너스(-)’로 전환한 외국인 순매수세 역시 3분기 코스피 지수 약세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분기 각각 8조3678억원, 6조3593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기록했던 외국인 투자자는 3분기엔 3조2575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수출 반등 전제로 증시 반등 전망” vs “거시환경 여전히 불안”
증시 전문가들은 4분기 국내 증시의 흐름을 두고 다소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4분기 코스피 지수가 3분기에 비해 반등할 것이라 본 증권사들은 ‘수출 개선’을 통한 대형주 강세를 전제로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4분기 코스피 밴드(예상 등락 범위)를 2450~2750으로 제시한 NH투자증권은 “지난 8월 한국의 수출 개선세는 밋밋했지만, 반도체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며 “지난달 반도체 수출 증가가 확인된다면 반도체 중심의 지수 상승에 확신이 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4분기에는 지난 8월 고점(2668.21)을 상향 돌파할 것”이라며 “최근 대형주의 거래 대금은 최저 수준이지만, 코스피·코스닥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거래대금 비중은 저점을 높이고 있다”고 짚었다.
하나증권도 수출 개선세를 기반으로 내달 코스피 밴드를 2420∼2710으로 예상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지난달 1∼20일 기준 국내 수출 증가율은 9.8%로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전환했다”며 “코스피 영업이익 증가율 역시 지난해 8월 이후 첫 플러스 전환했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거시경제 환경이 여전히 불안정한 만큼 주식 시장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달 코스피 밴드를 2540∼2650으로 전망하고 “모든 악재들이 주가에 소화된 이후 시장에 접근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신 센터장도 “3분기 주요 기업 영업이익 기대치가 하향 조정 중이며, 이 같은 추세는 4분기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 경제의 특성상 4분기엔 각 기업이 비용을 회계 처리하는 기술적 변수로 호실적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