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냉해·여름 폭염 탓 사과 등 과일 수확량 크게 줄어
야채 가격도 올라…10월부터 우유 등 유제품 값도 인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서울 마포구 한 대형마트. 김명순(59) 씨는 과일 선물세트 매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사과와 배가 혼합된 과일 선물세트 상자 하나에 7만원에 달하는 등 예년 같지 않은 추석 물가에 고민이 깊어진 탓이다. 김씨는 “낱개로 구입하면 사과 개당 가격이 2배가량 더 비싸진다”며 “5만원대로 사과 선물세트를 사려고 했는데, 턱도 없다”고 말했다.
명절을 앞두고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면서 김씨처럼 시름이 깊어진 이들이 많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 정보에 따르면, 대표적인 추석 과일로 꼽히는 사과(홍로·10개) 소매가격은 26일 기준 평균 3만1592원이다. 지난해(2만3887원)에 비해 무려 32% 올랐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봄 냉해에 이어 여름 폭염까지 이상기후로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크게 뛰었다.
그나마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많은 물량이 풀린 샤인머스캣(2㎏)은 소매가격이 평균 2만6044원으로 지난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대세 품종이 된 샤인머스캣의 가격 하락으로 대형마트에서도 과일 선물세트 비중으로 샤인머스캣 물량을 늘렸다. 27일 마트에서도 샤인머스캣 선물세트 매대에 특히 소비자가 붐볐다.
소비자가 장을 볼 때 시름을 깊게 하는 것은 과일뿐만이 아니다. 같은 기간 미나리(100g)는 194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78% 올랐다. 오이(10개), 당근(1㎏)도 20% 이상 뛰었다. 시금치(100g), 적청상추(100g)도 각각 15%가량 가격이 상승했다. 명절 상차림에 주로 쓰이는 채소 가격 대부분이 가격이 뛴 것이다. 마트에서 만난 박명자(56) 씨는 “8인 가족이 한 끼 먹을 장을 봤는데, 40만원 가까이 나왔다”며 “겁이 나서 구매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추석 연휴 이후에도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1일부터 흰 우유를 비롯한 가공유. 치즈 등 유제품의 소비자가격도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흰우유인 ‘나100%우유(서울우유·1ℓ)’, ‘매일우유 오리지널(매일유업·900㎖)’, ‘맛있는우유GT(남양유업·900㎖)’ 등 가격은 현재 2800원대에서 2900원 후반대로 가격이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