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새롭게 태어난 비발디 ‘사계’…KAIST, 오케스트라 협연 공연
이번 공연을 주도하는 임지영 예술감독.[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카이스트(KAIST)는 2050년 대전의 기후 예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발디의 사계를 재창작한 제693회 문화행사 ‘사계 2050-대전’ 공연을 22일 대전 본원 대강당에서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연세대 기악과 교수가 프로젝트 예술감독과 솔리스트를 맡아 40인조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사계 2050은 글로벌 디지털 디자인 기업 ‘아카(AKQA)’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을 포함한 6개 대륙 14개 도시에서 공연됐다.

이날 공연은 앞선 무대들과는 다르게 KAIST의 기술력으로 완전히 새로워진 구성의 곡이 연주된다. 문화기술대학원 석사과정 방하연·김용현(지도교수 남주한)이 각각 데이터 기반 음악 작·편곡, 알고리즘 개발 및 인공지능 기술 활용을 맡았다. 박사과정 남궁민상(지도교수 박주용)은 미래 기후변화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고 외부에서 초빙한 작곡가 장지현도 프로젝트를 도왔다.

이들은 IPCC가 제공하는 시나리오 중에서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대전의 위도와 경도를 입력해 데이터를 구성했다.

그 결과, 2050년의 대전은 1년 중 44.2%에 해당하는 161.5일 동안 여름이 이어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일 최고기온은 현재 37.1℃에서 39.5℃로 높아지고 폭염일수도 28.9일에서 47.5일로 증가하는 특징들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비발디의 사계에는 계절마다 소네트(짧은 정형시)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인공지능에 기후변화 예측값을 입력했다.

연구팀은 숫자로 이루어진 기후변화 데이터를 입력하면 이를 새로운 악보로 변환해 주는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해 편곡에 적용했으며, 챗GPT-4가 재해석한 소네트의 정서도 음악적 효과를 가중하는 데 활용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재창작된 사계 2050-대전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불규칙하며 혼란스러운 분위기의 곡으로 완성됐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방하연 학생은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창조된 음악 작품은 예술가와 첨단 기술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연 당일 오후 2시에는 사계 2050, 지구를 위한 과학기술과 음악의 시너지를 주제로 창작 의도와 과정을 설명하는 워크숍이 진행되며, 오후 7시에는 연구진이 직접 나와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프리뷰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