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수산, 물류 넘어 해운까지…‘참치왕’의 꿈
“HMM, 잘 운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동원그룹의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88)은 현재 진행 중인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과 관련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며 “우리가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아흔을 앞둔 김 명예회장이 바다로부터 시작된 수산, 물류, 식품가공유통 사업을 넘어 해운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김 명예회장은 전날 서울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열린 명예 공학박사 학위 수여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산업이 최근 하림그룹과 LX인터내셔널과 HMM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이제 평가는 제3자가 해 줄 것이니 기대하겠다”면서 의지와 더불어 자신감을 보였다.
김 명예회장의 이런 의지에는 평소 그가 가진 바다에 대한 애정이 녹여져 있다. 김 명예회장은 원양어선 선장 출신으로 1969년 동원산업 설립, 1982년 국내 최초 참치캔 ‘동원참치’를 출시해 ‘참치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수산물 사업으로 성장해 동원그룹은 7조원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동원은 식품기업이라는 말이 낯설 만큼 포장재, 물류쪽 사업이 확대돼 현재는 동원산업 전체 매출 중 수산 비중은 5% 내외다.
평소 김 명예회장은 바다를 기반으로 한 운송 사업이 특정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기간 산업으로 물류안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 또한 산업적인 측면에서 선박·화물 등의 자원이기 때문에 해외 선사들과 다르게 경쟁력 있게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해 동원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원양어선 DNA’를 품고 있는 동원그룹은 바다에 대한 이해도와 경험을 바탕으로 HMM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원은 2017년 동부익스프레스(현 동원로엑스)를 인수하며 화물운송, 항만하역, 보관, 국제물류, 유통물류 등 인프라를 확보한 바 있다. 10월에는 국내 최초 무인화 부두인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 개장을 앞두고 있어 컨테이너선이 주력인 HMM을 인수할 경우 동원은 바다에서 항만, 물류까지 탄탄한 운송체계를 갖게 된다.
업계에서는 HMM의 매각 가격은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예측돼 인수 후보들의 자금 동원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매각 측은 각 기업에 2개월 동안 실사 기회를 부여하고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동원이 HMM이 주인이 될 수 있을지 연내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김 명예회장은 인공지능(AI) 산업 발전과 기술 인재 양성에 공헌한 공로로 이날 한양대로부터 명예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명예회장은 2020년 AI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에 사재 500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한양대에는 그룹 계열사인 동원산업이 30억원을 지원해 ‘한양 AI 솔루션센터’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