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등에 업은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가 글로벌 1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에 올랐다.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세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엔비디아에 핵심 메모리 칩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조만간 공급이 기대되는 삼성 등 국내 기업들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글로벌 팹리스 매출 순위에서 엔디비아가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분기에 67억3200만달러(약 9조원)를 벌어들이며, 세계 3위 수준의 매출을 올렸던 엔비디아는 2분기에는 전분기보다 무려 68.3% 가량 매출이 상승한 113억3200만달러(약 15조1900억원)의 수익을 냈다.
트렌드포스는 AI관련 글로벌 기업들의 수요에 힘입어 엔비디아의 데이터 센터 관련 수익이 105%나 급증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인 H100과 A100 등의 대량 출하가 매출 상승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 외에도 회사의 게임·전문 시각화 부문 모두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며 실적이 상승세를 보였다.
엔비디아 등 AI관련 칩 설계의 붐이 3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포스는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 모델로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반도체 산업에) 희망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고가치 AI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세계 10대 IC(집적회로) 설계 거대 기업이 3분기에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가며 잠재적으로 기록적인 수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한동안 엔비디아의 매출 규모 확대가 기대된다는 진단이다.
엔비디아의 실적 상승세에 따라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판매도 부쩍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고성능 제품이다. 특히 HBM 제품 중 HBM3E는 5세대 제품으로, 4세대 제품인 HBM3의 확장(Extended) 버전인데,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에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에 돌입하고, 2026년 6세대 제품인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당장 엔비디아가 예고한 최첨단 GPU인 ‘GH200’에 SK하이닉스의 HBM3E가 들어갈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8월 HBM3E를 채용한 GH200을 내년 하반기 양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자사 뉴스룸을 통해 회사 HBM3E의 경쟁력을 소개했다. HBM3E는 기존 HBM3 대비 용량이 개선됐다. 8단 적층으로만으로, 기존 12단 적층 HBM3와 동일한 용량을 확보해, 향후 12단 적층 제품 개발시 용량 추가가 가능하단 설명이다. 또 방열 특성을 강화하는 기술과 ‘어드밴스드 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MR-MUF)’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HBM3E 열 방출 성능이 이전 세대 제품보다 10% 향상됐다. MR-MUF란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을 뜻한다. 다른 회사들은 갖지 못한 SK하이닉스만의 독자적 기술력이 방열 기능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삼성은 올해 4분기부터 HBM3와 5세대인 HBM3P를 출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HBM3의 경우 삼성 역시 엔비디아 측에 4분기부터 공급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HBM4 출시 시점은 아직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
SK하이닉스와 삼성의 HBM 1위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가 올해 46~49%의 연간 HBM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0% 점유율에서 올해 점유율 46~49%로, 6~9%포인트 상승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