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해마다 금어기 풀리자마자 꽃게를 사 먹는데, 올해는 유독 살이 없네요. 서운해서 게장이나 담그려고요”
꽃게철이 왔다. 인간과 게의 공생을 위해 산란기인 6월21일부터 8월20일(서해 5도는 7월1일부터 8월31일)에는 꽃게잡이가 금지돼 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르길 기대하며며 여름을 버텼는데 텅 빈 꽃게를 맞닥뜨리면 실망하기 쉽다.
이런 이유로 살이 잘 오른 꽃게를 고르기 위한 노하우도 공유된다. 가을에는 수꽃게, 봄에는 암꽃게가 맛있다거나 유독 더운 여름에는 꽃게가 부실하다는 식이다. 주로 날씨와 계절과 관련돼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뿐 아니라 먹이와 포식자와의 관계 등 꽃게의 생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다고 설명한다. 다만 적어도 수율과 바다 수온은 상관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꽃게는 주로 바다 바닥에 산다. 바다 표면으로 올라오는 시기는 산란기 알을 낳은 뒤 20~25일 정도라고 한다. 바다 저층의 수온이 꽃게의 성장에 절대적이란 의미다.
바다 저층 수온이 22~24도일 때 꽃게는 탈피한다. 다른 바다 생물들과 달리 갑각류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 단단한 껍데기를 벗고 새 껍데기를 만든다. 이 껍데기가 다시 단단해지고 안에 살이나 내장이 차오를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올해 서해 연안의 저층 수온은 평년보다 1~2도 낮았다. 수온이 충분히 높지 않아 꽃게의 성장과 탈피가 늦어지면서 수율이 높아지기도 전에 꽃게잡이가 시작된 셈이다.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에 이른바 ‘물렁게’가 많이 잡힌 것도 저층 수온이 낮은 영향이다.
그렇다면 올해 서해 연안의 저층 수온이 낮은 원인은 뭘까.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서해 깊은 바다의 차가운 물덩이의 흐름에 따라 저층 수온이 해마다 달라진다는 분석도 있는 반면,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깊은 바다가 더욱 차가워진다는 연구도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바다 표층의 수온은 높아지면서 저층의 차가운 물과 밀도 차이로 잘 섞이지 않는 현상(성층 강화)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바다 표면은 갈수록 따뜻해지고, 바다 바닥은 갈수록 차가워지면 꽃게가 스스로 살찌우는 시기, 더 나아가 꽃게 성장 자체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지난 6월 국립수산과학원과 서울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라 우리 바다 표층수에서 지난 27년간 영양염 농도가 떨어지고 있다. 영양염은 식물성플랑크톤의 먹이로, 해양생태계의 밑단에서 비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영양염이 표층에서 부족해지는 원인 중 하나로 바닷물이 위아래로 잘 섞이지 않는 현상이 지목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의 2012년 연구에서도 바다 표층 수온과 저층 수온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968~2008년 서해 연평균 표층 수온은 1.24도 오른 반면 저층(50m) 수온은 0.4도 낮아졌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이후 표층 수온은 가파르게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꽃게도 다시 등장한다. 당시 국립수산과학원은 “서해의 대표적 수산물인 꽃게는 최근 자원이 증가한 반면에 올 상반기 저수온 현상으로 성장이 둔화돼 평균 크기가 작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올해는 꽃게가 충분히 성장하기 이전에 꽃게잡이가 시작됐기 때문에, 가을이 깊어질수록 잘 자란 꽃게가 밥상 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2주 사이의 사정으로 올해 꽃게 수확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같은 저수온이 지속될 경우에 꽃게잡이 시기가 조정될 수도 있다. 실제 서해 저수온 현상 등 기후변화로 인한 꽃게가 어장으로 이동하는 시기가 늦어졌다는 이유로 금어기가 바뀐 적 있다. 2012년까지만 해도 꽃게 금어기는 6월 16일~8월 15일이었는데, 2013년부터 약 5일씩 날짜를 미뤄 6월21일부터 8월20일로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