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가격 인상 신호탄 쐈지만…
‘비요뜨 27.8%↑’에 소비자 반발 거세지자 재조정 돌입
‘인상 원윳값’ 적용 2주 앞…유업계, ‘결정의 시간’ 코앞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8.8%(ℓ당 88원)라는 원윳값 인상 시점(10월)이 약 2주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유업계에서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처음으로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하며 신호탄을 쐈다. 서울우유는 대표 제품인 ‘나100%우유 1ℓ’ 편의점가 4.9% 인상, 요거트 제품 비요뜨 편의가 27.8%를 결정한 후 반발이 일자 인상 폭 재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가격 인상 결정 후 재조정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와 편의점업계는 비요뜨 제품 가격 인상 폭에 대해 재협의 중이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업계의 제품 가격은 월말 가격 협상 후 익월 1일부터 적용되는 구조로 추석 전 새로운 인상률이 발표될 전망이다. 당초 서울우유는 비요뜨(1800→2300원, 인상률 27.8%)를 포함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나100%우유’의 판매가격을 10월부터 각각 ▷1ℓ 3050→3200원(4.9%) ▷200㎖ 1100원→1200원(9.1%) ▷1.8ℓ 5550원→6200원(11.7%)으로 인상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30%에 육박하는 비요뜨 가격 인상률에 대해 서울우유 관계자는 “비슷한 타사의 토핑요거트는 2000~2300원선이어서 지금까지 원가 절감을 감내해 왔다”며 “이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과하다는 지적이 있어 재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제품이라도 용량에 따라 인상률이 4.9~11.7%인 우유 제품과 비교했을 때도 인상률로는 두 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 흰 우유 용량별 인상률이 다른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같은 우유라도 용량별 제품 가격의 과거 인상률이 다를 수 있고 우유는 몇 십원 올라도 상대적으로 인상률이 크게 보인다”며 “다만 대표 격인 1ℓ 제품의 경우 관심이 가장 크다 보니 업체들이 좀 더 인상 자제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서울우유가 가격 인상 결정을 둘러싼 후폭풍을 겪는 가운데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등 다른 유업체들도 ‘결정의 시간’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유가 저관여 제품이기 때문에 자칫 가격을 잘못 올렸다 판매량에 변화가 갈 수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우유는 구매 주기가 짧고 습관성 구매를 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면서 “100~200원 차이도 선택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 일단은 판매량이 보전이 돼야 원가 인상에 따른 영업이익 확보가 가능한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민 지점은 인상의 타이밍이다. 눈에 띄는 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해 그간 업계에서는 선두 업체가 가격을 올릴 때 같이 올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가격 저항·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에 의해 유통단계에서 일시적으로 가격을 동결시키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원유를 사용하는 빙과업체인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의 경우 연초 가격을 올렸지만 롯데웰푸드는 성수기인 7월에 편의점 납품가를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편의점업계는 소비자 부담을 우려해 현재 롯데웰푸드의 가격 인상분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의도적인 가격 동결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다른 식품 가격 인상과 맞물릴 경우 체감 물가의 변화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우유는 냉장제품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데다 수출이 어려워 가격 인상을 보류하거나 최소화할 경우 유업계의 영업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의 경우 상반기 매출은 1조421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약 30% 줄어든 233억원을 기록했다. 매일유업은 상반기 연결 매출 8976억원, 영업이익 341억원을 기록해 성장했지만 마냥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 매일유업은 실적 개선 배경을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와 식자재 유통 사업·식물성 음료 등 신사업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 5011억원, 영업손실 224억원을 기록하며 3년째 적자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