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 가동률 70% 후반대로 훌쩍
지난달엔 80% 넘어섰다는 분석도
멈췄던 공장들 가동 재개한 영향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석유화학 업황 침체에도 6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국내 NCC(나프타분해시설) 가동률이 7월 들어 70% 후반대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보수 이후 재가동을 미뤘던 공장이 가동을 재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늘어난 생산량 만큼 수요가 뒷받침돼야 불어난 재고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NCC 가동률은 78.9%로 전달(67.4%) 대비 17.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81.8%)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NCC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제조하는 핵심 시설이다.
지난달의 경우 집계가 끝나지 않았으나 회복세를 이어갔을 것으로 업계는 예측한다. 실제 S&P글로벌은 8월 NCC 가동률을 86%로 추정했으며 9월에는 그보다 소폭 낮은 8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NCC 가동률이 지난해 9월부터 1년 가까이 60~70% 선을 오르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다만 속사정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석유화학 제품 공장이 6월까지 보수를 마치고 가동을 시작하면서 원료 공급이 필요해진 영향도 있지만 수개월간 미뤘던 NCC의 재가동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여파가 더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가동하면 공정 안정성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적정량의 원료를 투입해야 하는데 최소 투입량이 70%대 후반 선으로 알려져 있다”며 “공장을 더 이상 꺼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24시간 운영을 해야 하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에틸렌을) 계속 생산하며 내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NCC의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 개별 공장에서 최소량 이상을 생산하다 보니 전반적인 물량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공장별로 보면 NCC 가동률은 올해 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반면 각 기업이 NCC 가동을 재개하면서 현재 LG화학 여수2공장을 제외한 모든 NCC가 가동 중이다. NCC를 포함한 석유화학 공장의 경우 가동을 한 번 중단하면 재가동까지 최소 2주 이상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NCC 가동률 회복은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등을 뺀 값)가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는 t당 124.5달러로 전주(143.8달러) 대비 13.4% 축소됐다. 이는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250~300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에틸렌 생산량은 늘어나겠지만 수요가 뒤따르지 않고 있어 재고로 쌓일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당초 올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으로 수출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렇다 할 리오프닝 효과는 없었고 하반기에도 수요 확대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이에 이미 일부 기업의 경우 재고자산이 반년 새 10%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유가 강세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바닥에서 올라오고 있지만 나프타 가격도 함께 상승하고 있어 스프레드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수요 부진도 장기화되고 있어 당분간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