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도록 싫어?” 엄마 눈앞서 딸 찌른 스토커, 2주새 반성문 5번 썼다
유족이 공개한 이은총 씨 생전 모습(왼쪽)과 가해자의 폭행으로 팔에 멍이든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옛 연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그의 모친까지 다치게 한 30대 스토킹범이 재판부에 3~4일 간격으로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살인과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남성 A씨는 지난 한 달 사이 5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A씨는 기소된 지 2주만인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반성문을 낸 뒤 3~4일 간격으로 제출해 온 것이다.

가해자의 계속된 반성문 제출과 별개로 피해자 유족 측은 숨진 피해자의 얼굴과 실명까지 공개하며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7월 17일 오전 5시 54분쯤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인 30대 여성 이은총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을 말리던 이 씨 어머니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양손을 크게 다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내가 죽도록 싫어?” 엄마 눈앞서 딸 찌른 스토커, 2주새 반성문 5번 썼다
유족이 공개한 이은총 씨와 가해자의 생전 메신저 대화내역. [온라인 커뮤니티]

A씨는 이에 앞서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범죄로 지난 6월 "이 씨로부터 100m 이내 접근하지 말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도 금지하라"는 법원의 제2∼3호 잠정조치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이 씨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2021년 운동 동호회에서 이 씨를 처음 만나 알게 된 뒤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며 사귀던 중 집착이 심해졌고, 이별을 통보받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죄를 A씨에게 적용할지 검토했으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를 유지했다.

이 씨의 사촌언니라고 밝힌 유족은 지난 8일 온라인커뮤니티에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사건 당시 상황 등을 올리며 는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렴을 촉구했다.

유족 측은 “(집 안에 있던) 엄마는 살려달라는 은총이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뛰쳐나와 A씨를 말리다가 흉기에 찔렸다”며 “손녀가 나오려고 하자 손녀를 보호하는 사이 은총이가 찔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살해를 마음먹기 전 A씨는 자기가 입고 있던 양복도 곱게 접어두고 흉기를 휘둘렀다”며 “접근금지명령도 형식에 불과하고 스마트워치는 사고가 일어나야만 쓸모가 있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