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웨이팅, 지옥”…크림커피 뭐길래 ‘이 난리’ [식탐]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 서울에 있는 카멜커피 매장 앞.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육성연 기자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웨이팅만 1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오랜만에 웨이팅 지옥 실감….”

최근 한 블로그에 올라온 ‘카멜커피’ 후기 글이다. 카멜커피는 일명 ‘줄서서 먹는 커피 맛집’으로 알려진 핫한 카페 브랜드로, 대표 메뉴는 커피 위에 크림이 올라간 ‘크림커피(카멜커피)’다.

줄 서서 먹는 ‘크림커피’ 붐…카페 입소문 내주는 ‘시그니처 메뉴’

“한 시간 웨이팅, 지옥”…크림커피 뭐길래 ‘이 난리’ [식탐]
카멜커피의 대표 메뉴 ‘카멜커피(왼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 서울 내 카멜커피 매장 내 웨이팅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육성연 기자

실제로 일요일이었던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 위치한 카멜커피 매장은 사람들로 꽤나 북적거렸다. ‘주말 오후 백화점’이라는 특성 때문에 대기 줄은 다른 매장보다 훨씬 길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신모(23) 씨는 “주변 친구들이 이야기를 많이 해서 호기심에 맛을 보려고 들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굳이 커피를 마시려고 웨이팅을 해야 하나”, “이게 뭐라고 이 정도로 기다려야 하는 거야” 등 불만 섞인 말도 들렸다. 직장인 김모(39) 씨는 “웨이팅을 싫어하는데도 기다렸다. 솔직히 아메리카노는 다른 카페에서 먹어도 되지만, 크림커피는 여기서 먹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 메뉴인 ‘카멜커피’는 진한 커피 맛에 매우 부드럽게 녹아든 크림이 특징이다.

“한 시간 웨이팅, 지옥”…크림커피 뭐길래 ‘이 난리’ [식탐]
시그니처 메뉴로 크림커피를 내세운 카페 메뉴판들(왼쪽). 홍대 카페공명의 대표 메뉴인 ‘공명라떼’. 육성연 기자

최근에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마포구 연남동, 중구 을지로 등 일명 ‘힙한(최신 유행의)’ 상권 지역과 동네 골목 카페에서도 크림커피를 대표 메뉴로 내세운 카페를 쉽게 볼 수 있다.

하프커피 또한 크림커피로 주목받은 브랜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일명 ‘스카치캔디 맛 커피’인 ‘버터크림 라떼’로 유명해졌다. 하프커피는 지난해 기준으로, 11개 직영점에서 버터크림 라떼 단일 메뉴로만 누적 판매량 150만 잔을 넘어섰다.

“가을엔 더 생각나”…보늬밤·쑥·단팥 등 크림 종류도 다양

“한 시간 웨이팅, 지옥”…크림커피 뭐길래 ‘이 난리’ [식탐]
왼쪽부터 하프커피의 크림커피 메뉴. 스타벅스 ‘더그린 쑥 크림라떼’· 커피빈 ‘에스프레소 단팥 크림라떼’ [각사 홈페이지 캡처]

스타벅스, 할리스, 커피빈, 아티제 등 유명 커피전문점에서도 신메뉴로 크림커피를 내놓고 있다. 특히 달콤하면서 고소한 맛이 더욱 생각나는 가을에는 크림커피 종류가 다양해진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최근 출시한 ‘블랙 글레이즈드 라떼’ 역시 글레이즈드 폼이 올라간 크림커피로, 크림치즈의 풍미를 담아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부드러운 비주얼의 크림커피는 보다 포근한 감성을 느낄 수 있어 가을에 잘 어울리는 메뉴”라고 말했다.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크림커피도 등장한다. 커피빈은 단팥 크림을 올린 ‘에스프레소 단팥 크림라떼’를, 아티제와 할리스커피에서는 국산 보늬밤으로 만든 크림커피를 선보였다. 할리스 관계자는 “‘보늬밤 크림라떼’는 가을 식재료인 밤을 부드러운 크림으로 만들어 스폐셜티 커피에 올린 메뉴로, 지난해 선보인 ‘흑임자 크림라떼’의 인기에 힘입어 출시했다. 유럽 스타일의 크림 커피를 한국의 전통 식재료와 결합해 다양해진 고객 입맛을 충족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스타벅스 일부 매장에서는 쑥 크림이 올라간 ‘더그린 쑥 크림라떼’를 판매 중이며, 흑임자 크림, 인절미크림 등 다양하게 개발된 크림커피가 나와있다.

‘하얀 크림이 주루룩~’ SNS 비주얼·MZ 크림 취향 저격

“한 시간 웨이팅, 지옥”…크림커피 뭐길래 ‘이 난리’ [식탐]
왼쪽부터 스타벅스 ‘블랙 글레이즈드 라떼’· 할리스 ‘보늬밤 크림라떼’· 공차 ‘아인슈페너’. 육성연 기자

밀크티 전문점인 공차도 하얀 크림이 올라간 ‘아인슈페너’ 커피를 판매 중이다. 쫀득하면서 살짝 짭조름한 크림이 특징이다.

크림커피 트렌드는 아인슈페너 유행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유래한 아인슈페너는 아메리카노 위에 생크림을 얹은 커피다. 여기서 더 나아간 크림커피는 아메리카노뿐 아니라 라떼에도 크림을 얹으며, 크림의 종류도 다양하다.

우선 새하얀 크림이 짙은 색의 커피 사이로 ‘주루룩’ 흘러내리는 크림커피의 비주얼은 시선을 사로잡는 SNS용으로 제격이다. 유난히 크림의 풍미를 좋아하는 MZ세대 취향도 저격한다.

크림커피만의 매력도 강하다. 먼저 촉촉한 크림이 입술에 닿아지면, 어느새 크림을 뚫고 나온 쌉싸래한 커피 맛이 느껴지고, 마지막엔 커피에 녹아든 크림의 달콤함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크림커피 구입 시에는 “섞지 말고 드세요”라는 카페 직원의 말을 종종 듣게 된다.

‘디저트 커피’ 트렌드도 영향을 미쳤다. 디저트 커피란 크림을 비롯해 쿠키나 죠리퐁 스낵, 달고나 조각 등을 커피에 올려놓은 형태로, 마치 커피와 디저트를 한 번에 먹는 듯한 기분을 즐길 수 있다. 간편하게 한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크림커피의 인기에 레시피 콘텐츠의 생산량과 조회수도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 유제품 브랜드 레스큐어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된 크림커피 레시피 게시글은 총 2만8910건으로, 전년 대비 63.7%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인슈페너의 유행은 이제 카페마다 다양하게 개발된 크림커피로 확장되고 있다. 크림커피는 SNS에서도 인기가 높으면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우는 카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간 웨이팅, 지옥”…크림커피 뭐길래 ‘이 난리’ [식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