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8월 국내 EV 판매량 전년 대비 30%↓
현대차·기아 주요 모델 판매량 일제히 내리막
상대적으로 비싼 차량 가격, 보조금 축소 영향
車 업계 ‘토레스 EVX’ 등 하반기 신차에 기대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업체의 대대적인 할인 공세와 신차 출시가 소비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8월 전기차 판매 대수는 347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 줄었다. 지난 7월 7852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7%의 감소한 이후 두 달 연속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1~8월 현대차의 국내 전기차 판매량 역시 4만6508대로, 전년보다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이브리드차(HEV)가 8만4665대 팔리며 같은 기간 118%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기아 역시 올해 1~8월 국내 시장에서 3만4756대의 전기차를 판매, 전년 대비 1.6% 증가율을 보이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모델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차 ‘아이오닉 5’가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1061대 팔렸다. 상용차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월 판매 1000대를 넘겼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46.9%, 전월보다는 21.4% 줄었다.
기아 ‘EV6’ 역시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43.3% 줄어든 948대가 팔렸다. 최근 출시된 브랜드의 첫 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V9’은 전월 대비 67.4% 급감한 408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테슬라의 1~7월 국내 누적 판매량은 3846대로 전년 동기(6750대) 대비 43% 감소했다. 2년 전(1만1649대)과 비교하면 무려 67% 줄어든 규모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 감소의 원인으로 보조금 혜택 감소 외에도 내연 기관차보다 높은 가격을 꼽는다. EV9의 판매 가격은 7337만~8397만원이다. 풀옵션은 1억원이 넘는다.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풀옵션 가격이 6000만원 후반대, 기아 미니밴 ‘카니발’이 5000만원대(하이리무진 제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은 매년 혜택 폭이 줄고, 전기차 충전 요금은 갈수록 비싸지는 상황”이라며 “수천만원씩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전기차를 사는 것보다 차라리 연비 측면에서 장점을 갖춘 하이브리드(HEV) 모델을 사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기차 업계는 대대적인 할인 공세와 더불어 가성비를 앞세운 신차로 시장 반등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테슬라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글로벌 업체들은 앞다퉈 가격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는 ‘모델S’와 ‘모델X’가격을 최대 1570만원 내렸고, 스웨덴의 순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다음 달 부분변경 ‘폴스타2’ 출시를 앞두고 기존 모델 가격을 최대 1188만원 낮췄다. 벤츠와 BMW 역시 모델에 따라 800만원에서 최대 1300만원에 달하는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브랜드별 다양한 신차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4일 운전의 재미를 더한 N 브랜드 최초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을 출시했고, KG 모빌리티는 3000만원대(보조금 적용 시) 가격표를 단 중형급 전기 SUV ‘토레스 EVX’를 오는 20일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출시한다.
이외에도 BMW는 지난 2017년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8세대 5시리즈에 순수 전기차 라인업을 추가, 4일부터 온라인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한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낮추기 경쟁은 ‘시장 선점’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갈수록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진입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내연기관차보다 합리적이다’라는 인식이 확산한다면, 시장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