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까지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민원 접수…2.3만건

연간 4만건 층간소음 민원

층간소음 강력범죄도 3년 사이 2배 증가

정부 대책 내놨지만 실효성 의문

집 부근을 서성이던 아래층 사람…폭증하는 층간소음 갈등 해법이 없다 [부동산360]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 서울 송파구에 사는 70대 A씨는 층간소음으로 윗층과 갈등의 골이 깊다. 윗층에 사는 B씨와 그 가족들에게 수차례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했지만 바뀌지 않는다. 이에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총 7차례에 걸쳐 자신의 집에서 B씨에게 들리도록 ‘몇번 얘기하냐. 조용히 해 이 XX야’, ‘이XX야 너만 혼자 살아’ 등의 욕설을 했다. 또 10차례 넘게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B씨가 받으면 끊어버리고 ‘조용히 하세요’라고 말했다. B씨의 집 앞 현관문을 두드리고 B씨 집 부근을 서성이며 그를 지켜보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스토킹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최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에 구류 20일을 선고 받았다.

#. C씨는 매일 불안감에 밤잠을 설친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층간소음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랫집 D씨는 “이불 펴는 소리가 천둥소리 같이 들린다”, “방문 닫는 소리가 너무 크다”는 등 1년 넘게 A씨와 층간소음을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C씨는 층간소음을 예방하기 위해 소음 방지 슬리퍼는 물론 집안 곳곳에 소음 방지 패드까지 부착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지난해 9월 C씨의 주거지를 무단 침입한 D씨는 욕설과 함께 14살 된 자녀 2명을 폭행했다. 무단 침입 등의 혐의로 경찰에 넘겨진 D씨는 이후 검찰에 송치, 최근 법원으로부터 벌금 50만원의 약식 명령 처분을 받았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웃 간 소음 문제가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는 등 층간소음은 이미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비화된 상태다. 이에 정부는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6일 환경부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화와 온라인을 통해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2만 3693건에 이른다. 한달 평균 3384건이다.

층간소음은 원래 있었지만, 갈등이 심해진건 2010년대 이후다. 2012년 8795건에 불과하던 민원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4만 6596건까지 늘었다. 불과 10년 사이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강력범죄도 크게 늘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0건이던 층간소음 강력범죄는 2021년 110건으로 2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88%가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느껴봤다는 국민권익위원회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정부도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8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국민들의 층간소음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내 집에서 눈치보지 않고, 발 뻗고 주무실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과 노력을 통해 층간소음 걱정을 확실히 덜어드릴 것”이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소득층에 무이자로 소음저감매트 설치 지원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의무화 ▷사후확인 결과 공개 ▷층간소음 우수기업 인센티브 확대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올해 7월에는 층간소음 문제 해소를 위한 산·학·연·관 협의체를 출범했고, 공공주택 바닥 두께 상향과 시범단지 실증 연구 등 LH의 층간소음 저감 노력과 성과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들을 놓고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때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주택협회 박종혁 팀장은 “대형건설사 중심의 기술개발 노력만으로 층간소음 해결에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 주도의 R&D 사업으로 우수기술을 개발해 보급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파트 구조상 층간소음의 완벽한 차단은 어렵기 때문에 단지 내 층간소음위원회의 분쟁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반복된 층간소음 유발 시 처벌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집 부근을 서성이던 아래층 사람…폭증하는 층간소음 갈등 해법이 없다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