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값 7월 이후 소폭 반등
“올해 하반기~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 전망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킹달러’ 영향으로 잠시 주춤했던 금 가격이 중국의 경제 침체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글로벌 경기 하강 우려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값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권에서도 줄었던 금 거래가 차츰 늘기 시작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1그램(g)당 금 가격은 8만1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말(8만790원)보다 소폭 오른 것으로, 금값은 4월 말 고점을 찍고 내려오다 최근 반등하기 시작했다.
은행권 골드뱅킹 잔액도 소폭 늘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5월 말 5087억원, 6월 말 4884억원, 7월 말 4876억원까지 감소하다 지난 28일 4913억원으로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달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금통장 환매시 받는 금액이 커져 잔액이 줄었다. 금 중량 자체도 줄고 있다”면서 “4월 말과 비교했을 때 5월 금값 최고점에 차익을 실현하는 물량이 많았고, 이후는 소강상태였으며 최근 매매량이 소폭 상승하면서 가격 하락 시점에 다시 금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부동산 리스크발 침체 장기화 우려가 확산하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회의 발언이 다소 완화적인 것으로 평가되면서 달러 가격이 안정화된 영향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 특히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는 시기”라며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로 인해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에서는 위험 회피 현상으로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중국 증시에서 지난 23일까지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13일 연속 진행되며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중국의 소비 부진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전자제품부터 자동차·건축자재 등 여러 품목 수입을 줄여 일본 등 아시아 지역 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세계 경제성장률은 3%로, IMF는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오를 때 세계 경제가 0.3%포인트 확장되는 것으로 분석하면서 중국 회복이 부진하며 부동산 침체가 위험으로 남아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도 상승세가 꺾인 점도 한몫 했다. 달러인덱스는 28일(현지시간) 저녁 8시 기준 103.89를 기록했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데이터에 의존한 신중한 통화정책을 언급한 그동안의 발언 기조와 유사했다는 평가에 따라 시장 충격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국의 통화 정책의 효과, 특히 IMF의 예측대로 미국 중심의 통화 정책 기저효과가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에 나타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더 커질 수 있어 금값의 상방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중국 경기가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에는 조금 어려운 모습이다. 시장의 투자 심리를 자극할 만한 경기 상황 요소가 나타나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일단 정점에서 내려왔고 다시 이전에 기록한 고점까지 오르기에는 동력이 부족해 보인다”면서 “내년 하반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제조업과 IT업계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 현상이 조금 완화돼 금값도 하향세로 가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