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SK·LG와 ‘배터리 파트너십’
K배터리, 포드·GM·혼다 합종연횡
“같이 모이는 것은 시작, 협업하는 것은 성공을 의미한다.” (헨리 포드)
‘가격 인하’ 압박이 심해지는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브랜드의 ‘멀티 파트너십’ 전략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미래 기술로만 여겨졌던 전기차가 보편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다양한 전기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단일 폼팩터’의 배터리를 택하는 것보다 가격을 낮추는 전략이 중요한 요소가 됐다는 의미다. 2030년 ‘전기차 1위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세우고, 연간 약 30만대 물량의 배터리셀을 생산한다. 양측은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세우는 프로젝트를 함께하면서 협업 관계를 유지해 왔다.
현대차그룹의 협력 대상은 LG에너지솔루션에서 끝나지 않았다. ‘블루온(2010년)’과 ‘레이EV’, ‘쏘울EV’ 등 국내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SK온과 미국에서 다시 손을 잡았다. SK온과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를 공동 투자해 미국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과 공동 연구, 지분 투자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미국 솔리드파워 등과 전고체 배터리 요소 및 공정기술 확보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과는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 분야에서 머리를 맞댔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삼성SDI는 3월 GM과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가 투입하는 예산만 5조원에 달한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 협업관계를 이어왔던 고정관념을 깬 사례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추가적인 파트너십에 나섰다. SK온과 협업해 온 미국 포드사와 튀르키예 현지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오하이오에서는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SK온은 ‘수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2025년 처음 출시하는 전기차에 이차전지를 납품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부문에서 다져왔던 협업 체계가 전기차로 이어진 사례다. 약 1만대에 불과한 페라리의 연간 판매량을 고려하면 실익은 적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인지도 측면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K-배터리’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발표한 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배터리 상위 10개 업체 중 한국과 일본 업체는 각각 3곳, 1곳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중국 업체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북미생산 규정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 배터리 업체의 공급 기회가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이 첫 번째지만, 단가를 내리기 위한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의 협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전기차 가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공급사를 따지는 소비자 성향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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