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여자월드컵 개최지 호주여행⑤

[헤럴드경제(호주 애들레이드)=함영훈 선임기자]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남호주)주는 호주 와인 수출 총액의 64%를 차지하는 곳이고, 주도 애들레이드는 오는 2026년 11월 국제 와인 마스터스를 여는 남반구의 ‘와인 수도’이다.

호주에선 왜 남호주 와인만 강세일까..벤 농가의 하루 [함영훈의 멋·맛·쉼]
남호주 애들레이드 맥라렌베일 와이너리 농가
호주에선 왜 남호주 와인만 강세일까..벤 농가의 하루 [함영훈의 멋·맛·쉼]
애들레이드 도심에 있는 호주국립와인센터

▶남호주 와인이 초강세인 이유= 남호주는 맥라렌 베일(McLaren Vale), 바로사(Barossa), 클레어 밸리(Clare Valley), 애들레이드 힐스(Adelaide Hills), 쿠나와라(Coonawarra) 등의 거대 와인 산지를 보유하고 있다.

맥라렌 베일은 애들레이드 메트로폴리탄 남쪽 끝지점에 있으며, 도심에서는 30여㎞ 떨어져 있다. 해안가는 신비한 지질 ‘할렛코브’ 이남 30㎞까지 이어지고, 내륙은 와인, 고택, 산불예방 스토리로 유명한 애들레이드 힐스 로프티산맥 기슭에서 부터 챈들러 힐스 기슭 까지 연결되는 라인이 맥라렌 베일의 경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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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렛코브
호주에선 왜 남호주 와인만 강세일까..벤 농가의 하루 [함영훈의 멋·맛·쉼]
할렛코브 마을

호주의 식생이 비슷비슷한데, 남호주 와이너리가 유독 강한 생산성, 좋은 맛을 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 다른 노하우의 접목, 역동적인 협업 등 호주내 첫 다문화 자치도시의 화합 마인드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와인농군 벤의 인정 넘치는 미식+그린 여행= 맥라렌 베일에서 와인 농가를 운영하는 벤(Ben)은 와인 생산과 판매에 그치지 않고, 이 일대 아름다운 경관을 구경시켜주고, 자신의 집에서 정통 호주식 ‘집밥’을 함께 나눠먹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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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베일 벤의 포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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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을 넘어, 맥라렌베일 지역 미식,계곡,해안,전원풍경 토털여행을 시켜주는 벤과 그의 어머니.

벤 사장은 부계 조상의 경우 영국과 프랑스 피가 섞인 브르타뉴 공국 계통이고, 모계는 스페인과 스코틀랜드 국제결혼에 의한 혈족인데, 모계 주도로 호주에 이주해 6대째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벤의 영어에는 스코틀랜드 억양이, 모친의 말투엔 오히려 프랑스 발음이 좀 남아있다. 즉 집안 자체가 다문화이다.

그는 사륜구동 SUV에 소규모 여행객들을 태워 ▷와인농장, ▷카파링가(Kaparinga) 협곡 탐방, ▷동네 가수의 노래를 듣고 와인 혹은 차를 마시는 헤위트 밸리 마을 ‘아몬드 도어’에서 동네 주민과 어울리기, ▷실버샌드 해변 드라이브 등 토털 그린 투어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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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위트 밸리 마을, 동네사람들의 참새방앗간, ‘아몬드 도어’ 여주인의 미소. 이곳에선 맥라렌 베일 고을의 최고 명가수의 라이브로 열린다.

내륙 계곡엔 송어와 메기가 잡히고, 신비한 지질 할렛코브 이남 바다의 수산물로는 오렌지 피쉬, 토니러프가 맛있으며, 농어 계열의 베스도 잡힌다고 한다. 이 일대에 과수원도 많고, 양들도 방목한다. 와이너리에서 계곡 절경, 청정 생선, 목축 얘기를 듣고 체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정미 넘치는 벤과 그의 어머니, 벤의 파트너인 출로스키 셰프가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하룻동안 가족처럼 살아보기 체험을 시켜주며 ‘비욘드 와이너리’ 다채로운 매력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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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 베일의 랜드마크, 다렌버그 큐브와 이를 정문에서 지키는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살바도르 달리가 지키는 루빅큐브= 맥라렌(초기 관리자 이름) 베일의 랜드마크는 광대한 포도밭 한가운데 구릉지 위의 다렌버그 큐브(d'Arenberg Cube)이다. 와인 전시관 겸 예술 체험관, 카페와 식당, 전망대를 겸하는 곳이다.

예술작품처럼 지어진 이 건물은 루빅큐브에서 영감을 얻었다. 주 정부와 농가가 협력해 5개층의 이 큐브 건물에 와인시음장, 발효기 등 와인 생산부터 완제품 출고까지 필요한 설비전시실, 360도 비디오 룸, 카페와 와인클래스룸 등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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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렌버그 큐브 내부의 달리 작품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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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시음과 페어링 세트

다렌버그 큐브 앞에는 살바도르 달리의 거대 조각품이 지키고 서 있다. 큐브 안에도 살바도르 달리의 대표작들이 여럿 전시돼 있다.

화장실에 조차 예술 감각을 투영해 재치넘치게 꾸몄다. 일 보러 들어갔다가 “앗, 여기가 아닌가 보네”하고 돌아나오는 여행자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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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아님 주의. 다렌버그 큐브 내 남자화장실

▶유럽 원산이라도 이곳에서 더 맛있어진다= 남호주에 포도나무가 인공적으로 심어지기 시작한 때는 1838년으로, 100년 이상된 포도나무가 여전히 당도 높은 포도를 빚어내고 있다고 한다. 1843년 호주 최초의 와인이 애들레이드에서 생산된다. 맥라렌 베일에는 95개의 셀러가 있는데, 대부분 가족단위의 부티크 와이너리이다.

맥라렌 베일 지역은 쉬라즈(3218ha), 까베르네 소비뇽(1288ha), 샤르도네(722ha), 그르나슈(402ha)로 만든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리미엄 쉬라즈 생산 품종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고 벤은 설명했다.

쉬라즈는 농가마다 다른 브렌딩과 양조철학, 껍질맛, 안토시아닌(색상) 등의 변수에 따라 매우 다양한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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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양조 설비와 예술작품의 하모니

스페인과 프랑스가 원산인 그르나슈는 이곳에 와서 자두, 뽕나무, 흙내음 등의 영향을 받은 ‘뉘앙스’를 갖는다. 샤르도네 역시 남호주 땅 위에 자라면서 잘익은 멜론, 바나나, 무화과 등과 상호작용한 듯한 맛을 낸다.

유럽이 원산이라도 호주 땅에서는 더 발전하는 것은 사람이나 문명이나, 포도나무나 매한가지인 듯 하다.

호주에선 왜 남호주 와인만 강세일까..벤 농가의 하루 [함영훈의 멋·맛·쉼]
맥라렌 베일은 여행자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문득, 16일 오후7시에 열릴 FIFA여자월드컵 축구대회 준결승전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홈팀 호주과 축구 종구국이자 호주의 식민지배 국가였던 잉글랜드 간 준결승전에서 만약 호주가 이긴다면, ‘유럽의 것이 호주에서 더 발전하는, 완전한 청출어람(靑出於藍)’ 혹은 ‘종주국에 대한 피지배국의 역사적 역전승’이라는 의미를 덧붙이는 논평도 나올 듯 싶다.

■FIFA 여자월드컵 계기, 호주 애들레이드-탕갈루마-브리즈번 여행, 글싣는 순서

▶2023.8.7. ①포근하게, 짜릿하게..애들레이드의 매력 ②애들레이드, 첫 다문화 자치도시의 정감 ③애들레이드 남호주 오션로드 700㎞ 비경

▶2023.08.13. ④예술축구 이긴 호주 예술, 유럽에 기죽지않은 이유

▶2023.08.15. ⑤호주에선 왜 남호주 와인만 강세일까..벤 농가의 하루 ⑥애들레이드 힐스 로프티 고택이 주는 작은 평화 ⑦남호주 해상마차 타봤니..코알라 안아주기는?

▶2023.8.17. ⑧탕갈루마 야생 돌고래 먹이주기 감동여행 버킷리스트 ⑨K-드라마 같은 탕갈루마 야생돌고래-인간 40년 우정 ⑩퀸즈랜드 탕갈루마 바다 15척의 난파선, 보물선? ⑪탕갈루마섬 사막 질주, 펠리칸 대화..BTS 아미도 ⑫퀸즈랜드-탕갈루마, 우영우 혹등고래 가장 역동적

▶2023.8.20. ⑬브리즈번 ‘퀸즈워프’와 올림픽 준비 현장 가보니.. ⑭브리즈번 강남스타일- 사우스뱅크 르네상스 ⑮브리즈번 스토리대교, 낮엔 오르고, 밤엔 취하고.. (16)파란만장 보타닉과 더 밸리의 나이트 피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