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상반기 HEV 판매 전년比 43% ↑

테슬라·KG 모빌리티 등 몸값 낮춘 전기차 출격

“전동화 전환 과도기…가격 경쟁력이 관건으로”

위축된 전기차 시장…‘3000만~4000만원대’ 신차가 불 지필까 [여車저車]
‘토레스 EVX’ 외관 디자인. [KG 모빌리티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완성차 시장에 친환경차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지만,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간 온도 차는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하이브리드차가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의 판매 실적을 견인하는 것과 달리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충전 인프라, 전기요금 인상 등의 여파로 성장이 느리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몸값을 낮춘 전기차들이 출시를 앞둔 가운데 이들 신차가 전기차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를 각각 2만1163대, 1만1180대씩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2.4% 늘었지만, 전기차는 8.5% 줄었다.

올해 국내 누적 판매량(1~7월)에서도 하이브리드차는 15만5359대가 팔리며 같은 기간 43.6%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전기차는 7만5315대로 1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위축된 전기차 시장…‘3000만~4000만원대’ 신차가 불 지필까 [여車저車]
‘그랜저’ 주행 모습. [현대차 제공]

차종별 판매 실적에선 차이가 더욱 확연하다. 현대차의 베스트셀링카 ‘그랜저’는 지난달 모두 8531대가 팔렸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은 5122대로 전체 판매량의 60%를 차지했다. 올해 누적 판매량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이 3만8176대를 기록하며 내연기관차(3만3310대)를 앞질렀다. 반기 기준으로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내연기관 모델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반면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56.5% 줄어든 1350대 팔렸다. ‘아이오닉 6’ 역시 488대가 팔리며 전월(491대)보다 판매량이 뒷걸음질 쳤다.

기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형 세단 ‘K8’의 경우 올해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1만8349대로 전체 판매량의 64%를 차지했다. 친환경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니로’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이 9683대로 전차 판매량(1만5082대)의 과반을 차지한 것과 달리 전기차는 3분의 1 수준인 3109대가 팔렸다.

순수 전기차 ‘EV6’는 지난달 1398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54.1% 줄었다. 올해 누적 판매량 역시 같은 기간 1만5207대에서 1만2325대로 19% 감소했다.

위축된 전기차 시장…‘3000만~4000만원대’ 신차가 불 지필까 [여車저車]
현대차 아산공장 그랜저·쏘나타·아이오닉6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업계에선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불안 심리와 부족한 충전 인프라, 높은 차량가격 등으로 향후 2~3년간 하이브리드차 쏠림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뎌진 전기차 상승세에 완성차 업계는 ‘몸값 낮추기’ 전략을 꺼내 들었다. KG 모빌리티는 오는 9월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 '토레스 EVX'를 출시한다. 볼륨 모델인 '토레스'를 기반으로 제작된 토레스 EVX는 동급 최대 수준인 실내 공간과 주행 가능 거리(자체 측정 기준 420㎞ 이상) 외에도 3000만원대 가격이 특장점으로 꼽힌다.

토레스 EVX의 판매 가격은 트림에 따라 ▷E5 4850만~4950만 ▷E7 5100만~5200만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며, 지자체별 전기차 보조금에 따라 3000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 무려 6차례 차량 가격을 인하한 테슬라는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한 '모델Y 후륜구동(RWD)' 가격을 보조금 100% 상한선 5700만원보다 1만원 낮춘 5669만원으로 책정했다.

지자체 보조금 규모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4000만원대 가격으로도 모델Y 후륜구동 모델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판매가 중단된 모델Y 사륜구동 롱레인지 모델 가격(7874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싼 수준이다. 아울러 테슬라는 인도 정부와 3000만원대, 이른바 ‘반값 전기차’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짓는 계획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축된 전기차 시장…‘3000만~4000만원대’ 신차가 불 지필까 [여車저車]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기아도 전기차 가격 낮추기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가격 경쟁 상황이)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좀 더 무게를 둬야 하는 부분은 수익성보다 시장을 지키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가격도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완성차 업계 간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아 관련 보고서에서 “이번 (기아) 실적 발표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전기차 가격 경쟁에 관한 내용”이라며 “전기차의 얼리어댑터 구매층이 거의 소진되고 업체들은 빠른 판매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어 가격 경쟁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전환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추세이지만, 아직은 과도기 단계”라며 “다만, 기술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신차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선 다면 전동화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