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치 조사
97.3로 33개월 연속 기준선 하회…역대 최장기
내수·수출·투자 6개월 연속 트리플 악화
“상법 개정보다 경제 살리기법에 집중해야”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기업들이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체감하는 기간이 역대 최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좀처럼 경기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야당 중심으로 기업 경영을 위축하는 상법개정안 등 규제 법안이 강화되고 있어 한국 경제 부담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BSI 전망치는 97.3을 기록했다. 이로써 BSI가 33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하회하며, 1975년 조사 시작 이래 역대 최장기 연속 부진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부터 기준선 100을 33개월 연속 하회하고 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긍정적 경기 전망, 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부정적 경기 전망을 의미한다.
33개월 연속 하회는 1975년 1월 기업경기동향조사(BSI)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장기 기록이다.
부문별 BSI는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전망돼 ▷내수 98.4 ▷자금사정 97.5 ▷수출 97.3 ▷채산성 95.9 ▷고용 94.3 ▷투자 89.9 ▷재고 104.6 등으로 기록됐다. 내수·수출·투자는 2024년 7월 이후 6개월 연속 동반 부진했다. 특히, 투자 BSI는 2023년 4월(88.6) 이후 2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 기업의 투자 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12월 경기 전망은 업종별로 희비가 교차했다. 제조업 BSI은 89.9를 기록, 올해 7월(88.5) 이후 5개월 만에 90선을 밑돌았다. 한경협은 내수 침체 장기화의 영향으로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주이 5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제조업 경기심리가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제조업 BSI은 전월대비 12.6포인트 상승한 105.1로 집계됐다. 지난 7월 이후 5개월만에 긍정 전환에 성공했다. 연말 특수 및 난방 수요 증가로 인한 업계 기대감이 전망치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한경협은 풀이했다.
제조업 세부 업종(총 10개) 중에서는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105.7)가 유일하게 호조 전망을 보였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 및 통신장비(94.1)는 기준선을 하회했다. 가전 등 소비재 수요 부진과 중국의 D램 생산능력 확대로 반도체 가격 하락 전망 등이 겹치며 경기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기준선 100에 걸친 ▷식음료 및 담배(100) ▷의약품(100)을 제외한 제외한 나머지 7개 업종은 업황 악화가 전망된다.
비제조업 세부 업종(총 7개) 중에서는 ▷전기․가스․수도(126.3) ▷여가․숙박 및 외식(123.1) ▷전문, 과학·기술 및 사업지원서비스(116.7) ▷운수 및 창고(108.7)가 호조전망을 보였다. ▷도․소매(100)를 제외한 2개 업종은 업황 악화가 전망된다.
한경협은 계절적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전기·가스·수도업과 연말휴가 특수가 예상되는 여가·숙박·외식업 및 운수업을 중심으로 비제조업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대외리스크 확대와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올해 3분기 국내 17개 산업 중 12개 영업이익이 감소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우리 기업들은 경영실적 악화로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하면서 “지금은 상법 개정 등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크게 가중시키는 각종 규제 입법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대안 마련에 집중할 때”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