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1990~2000년대를 휩쓸던 중저가 아날로그·디지털 손목 시계가 Y2K(2000년대 스타일)의 향수를 타고 다시 돌아왔다. K팝 아이인 그룹 뉴진스를 비롯한 여러 셀럽이 ‘그때 그 시절’ 시계를 패션 아이템으로 착용하고 등장하면서다. 스마트워치와 명품 시계의 대중화로 사라질 우려에도 자리를 지키며 기회를 엿본 결과다.
31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200달러(약 25만원) 미만인 저가 브랜드 시계 규모는 전년 동기(2493억원) 대비 4.2% 신장한 2600억원으로 조사됐다. 200~1000달러(약127만원) 미만 중가 시계 브랜드의 시장 규모는 3602억원을 기록하며 4.5% 성장했다. 스마트폰과 더불어 대중화된 스마트워치의 아성에도 밀리지 않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과거 ‘전자 시계’로 불렸던 디지털 시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G마켓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디지털 손목시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신장했다.
‘Y2K 열풍’ 속 ‘부활’하는 전자시계…올해 상반기 매출 전년比 18% 증가
대표적인 브랜드는 카시오의 ‘지샥(G-shock)’이다. 지샥은 1984년 1.5t 트럭에 밟혀도 깨지지 않는 시계 광고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내구성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지샥은 1990년대 스트리트 패션과 익스트림 스포츠의 유행과 함께 전성기를 맞았다. 군인·스포츠 선수가 착용하는 시계로 인식되던 지샥이 패션 아이템으로 한 단계 성장을 이뤄낸 계기였다. 국내에서는 ‘군용 시계’라는 별명을 얻으며 남녀노소의 손목을 지배했다.
1997년 600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던 지샥은 2000년대 들어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판매고는 연 200만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2014년 애플워치에 이어 2018년 삼성 갤럭시워치가 등장하면서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이 같은 스마트 워치의 잇단 출시로 ‘디지털 시계의 종말론’이 불거졌지만, 지샥은 살아남았다. 브랜드만의 개발 스토리를 전하며 시계 마니아층을 사로잡았다. 800만원대까지 제품을 고급화한 점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이에 더해 슈프림, 스투시, 메종 마르지엘라 등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클랙식한 라인부터 트렌디한 라인까지 갖춘 시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스투시 등과 협업’ 800만원대 제품 나온 지샥, 뉴진스 등 착용하며 인기
지샥을 비롯한 추억의 손목시계는 최근 국내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에 나만의 개성을 찾으려는 MZ세대의 욕구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뉴진스의 멤버는 빨간색 지샥 빅케이스를 코디해 선보이기도 했다. 나이키가 최근 공개한 뉴진스 CF에서도 멤버들도 지샥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룹 뉴진스는 올해 5월 컴백 티저 영상에서 디지털 시계로 컴백 날짜를 예고했다. 디지털 시계만이 간직한 2000년대의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Y2K 트렌드가 의류 뿐만 아니라 시계나 액세서리 등 패션 전반의 아이템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지샥 같은 브랜드 시계가 패션 아이템으로 뜨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