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개발행위허가 제한 고시
노후도 하락·일반 분양분 감소 막아
“내년 상반기 구역지정 완료 목표”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서울 양천구 내 매머드급 정비사업인 ‘신정역세권재개발사업’이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되며 안정적인 재개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최근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을 통한 재개발 사업(역세권 시프트)의 운영기준이 바뀌며 관련 사업장들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종전 기준 유지에 이어 노후도 보존을 위한 요건까지 갖추며 한시름 놓았다.
25일 양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6일 신정동 965-30번지 일대 신정역세권 재개발사업(예정) 구역에 대해 개발행위허가 제한을 고시했다. 제한 사유는 역세권 도시재개발사업 구역 내 비경제적 건축행위 및 부동산투기를 목적으로 지분 쪼개기 행위 등을 막고 원활한 사업 시행을 위해서다. 제한 기간은 고시일로부터 3년간이다. 이에 따라 신정역세권재개발 추진 구역에서는 신축의 건축허가와 건축신고가 제한된다. 또한 비주거용 건축물의 주택으로의 용도변경, 단독·다가구 주택의 집합건축물로의 전환, 기타 토지등소유자를 증가시키는 일체의 행위가 금지된다.
신정역세권 재개발 사업은 신정동 약 13만5000㎡ 일대에 2030년 최고 35층, 4254가구, 용적률 493%의 대단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기준 소유주는 1681명이다. 사업 추진 구역은 신정역(5호선), 신정네거리역(2호선)과 가깝다. 현재 재개발추진준비위원회 단계이며, 사업을 위한 사전 검토를 마쳐 지난 4월 구역 지정을 위한 입안 신청을 완료했다. 지난달부터 관련기관 협의를 위한 회람이 시작됐으며 이후 주민공람 및 주민설명회, 구의회 의견 청취, 서울시 입안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종훈 준비위원장은 “올해 연말 전까지 서울시 입안, 내년 상반기 중 구역지정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세권 시프트 개발 사업은 민간이 승강장 경계 350m 이내 역세권 부지(2024년까지 한시 적용)에 주택을 건립하면 용도지역을 최대 준주거지역까지 상향해 용적률을 높여주는 제도다. 늘어난 용적률의 50%는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준비위가 역세권 시프트를 택한 이유 중 하나는 노후도다. 신속통합기획의 경우 재개발 구역지정을 위한 필수항목에 ‘노후도 동수 3분의 2이상’이 포함됐다. 반면 역세권 재개발 사업의 종전 노후도 기준은 ‘20년 이상 노후도 60% 이상, 30년 이상 노후도 30% 이상’이었다. 이 위원장은 “신통기획을 하기 위한 노후도, 접도율 요건 충족은 쉽지 않았다”며 “역세권 재개발 사업은 해당 구역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을 진행할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개발행위제한 고시를 받으며 무분별한 건물 신축으로 노후도가 떨어지는 것도 막을 수 있게 됐다. 토지 등 소유주가 늘어 일반 분양분 감소, 조합원 추가분담금 증가도 피하게 됐다. 이를 위해 신정역세권재개발추진준비위원회는 올해 1월 주민들을 대상으로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정을 위한 탄원서를 걷은 바 있다. 이 준비위원장은 “당시 400여명이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해당 구역에 신축이 지어지면 그만큼 일반 분양가구가 줄어 추가 분담금이 늘 수 있어 우려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 역세권 시프트 사업 운영기준 강화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 개정안에 따르면 노후도는 ‘30년 이상 경과 60%’로 상향됐다. 면적도 3000㎡이상에서 3000㎡ 이상~ 20000㎡ 이하로 상한을 뒀다. 다만 사전검토를 입안권자에 신청한 경우에는 종전 기준과 현 기준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 신정재개발역세권의 경우 앞서 주민 동의서 50%를 걷어 이미 지난해 5월 말 사전 검토 접수를 완료한 상태다. 한 중개업계 관계자는 “이번 운영기준 변경으로 구청에 사전 검토를 신청한 사업장은 한시름 놓을 수 있겠지만, 사전검토를 신청하지 못한 구역은 사업 추진 가능 여부가 불확실해졌다”며 “역세권 개발을 추진하던 구역이 급속도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