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떡볶이의 짝꿍인 순대, 외국인이 좋아하는 대표 한식인 갈비찜, 여름철 별미인 육회…. 특별한 한식 메뉴들은 한국인만 먹을것 같지만, 알고보면 해외에서도 비슷한 음식을 찾아볼 수 있다. 해외여행 시 한국인 입맛에 맞는 현지 음식을 찾을 때 고려해 볼 만한 메뉴이기도 하다.
순대-스페인 ‘모르시야’
한국인이 즐겨먹는 순대는 유럽 지역에서도 비슷한 음식이 소비되고 있다. 프랑스의 부댕(boudin), 영국의 블랙푸딩(black pudding), 이탈리아 비롤도(biroldo), 체코 옐리토(jelito) 등이 그 예이다.
특히 스페인의 모르시야(Morcilla)는 우리네 찹쌀순대와 꼭 닮았다. 선지와 쌀, 양파, 향신료 등을 넣어 만들며, 순대보다 더 검은색을 띤다. 조리법은 스페인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썰어서 올리브유에 튀겨 먹거나, 스튜에 넣어 먹기도 한다.
갈비찜-인도네시아 ‘른당’
우리나라 갈비찜이 연상되는 해외 음식도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 른당(rendang)은 갈비찜과 맛과 외형이 가장 유사하다. 소고기 안심을 각종 향신료와 함께 볶은 후, 코코넛밀크를 넣고 오랜 시간 졸여서 만든다. 완성된 른당은 인도네시아 양념장인 삼발(sambal)과 곁들이며, 특히 밥과 함께 먹는다는 점은 갈비찜과 비슷하다.
른당은 맛이 뛰어난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유력 매체 CNN이 2017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른당이 선정됐다.
갈비탕-싱가포르 ‘바쿠테’
갈비탕 역시 비슷한 해외 음식이 있다. 바쿠테(BaKuTeh)는 싱가포르의 대표 음식 중 하나로, 싱가포르 여행 시 ‘한국인이 먹어봐야 할 현지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갈비탕과 맛이 비슷해 한국 관광객들의 선호도가 높다. 요리연구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TV 프로그램을 통해 갈비탕과 유사 음식으로 소개하며 국내 인지도가 더욱 높아졌다.
바쿠테는 돼지갈비에 계피, 정향, 버섯 등을 넣고 푹 끓여서 만들며, 원기회복에 좋은 영양식으로 애용된다.
육회-프랑스 ‘스테이크 타르타르’
육회는 우리나라에서 여름철 별미로 통하지만, 아시아권에서는 먹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 유럽에서는 유사한 음식이 있다. 프랑스의 스테이크 타르타르(steak tartare)이다. 한국의 육회와 비슷하기 때문에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육회의 외국어명으로 ‘비프 타르타르(Beef Tartare)’를 확정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스테이크 타르타르는 프랑스의 일반 레스토랑에서 취급하는 요리며, 소고기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올리브유·소금·후추로 고기의 간을 맞추고 다진 다음 양파와 향신료·머스터드·소금·레몬즙을 넣고 버무려서 둥글게 모양을 만든다.
육회와 스테이크 타르타르 모두 달걀 노른자를 위에 올린다. 그러나 육회는 가늘고 길게 썰어낸 반면 타르타르는 고기를 다지거나 갈아서 사용한다. 맛도 살짝 다르다. 육회는 참기름의 고소함과 달콤한 배가 조화를 이루지만, 타르타르는 새콤한 맛이 난다. 육회는 비빔밥이나 비빔면에 애용되는 반면, 타르타르는 빵에 바르거나 얹어 먹는다.
타르타르와 육회의 기원은 하나로 알려져 있다. 14세기경 아시아 초원 지대에 살았던 몽골계 기마민족인 타타르족의 음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타르타르’라는 이름 역시 타타르족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타타르족이 먹던 말고기 육회가 프랑스로 건너오면서 소고기 육회로 현지화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만두-폴란드 ‘피에로기’
만두는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지역에서 비슷한 유형으로 존재한다. 유럽 폴란드에서도 만두와 유사한 전통 요리인 피에로기(Pierogi)가 있다. 밀가루 반죽에 다진 고기와 채소 등의 소를 넣고 만들며, 외형은 우리나라 만두와 매우 비슷하다.
속재료는 한국 만두보다 훨씬 다채롭다. 버섯, 닭고기, 치즈, 감자 등이 들어가며 계절에 따라 과일 등도 사용된다. 익히는 방법도 다양해 관련 레시피는 상당히 많다.
하유라 aT 파리지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식문화가 외국으로 전파될 때는 식자재 구입과 제조방식 차이에 따라 변형된 현지화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한국과 유사한 음식 사례는 현지화 전략에도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