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서울시와 순환경제사회 촉진 협력
현대제철, 탄소배출 40% 줄인 강재 개발
동국제강은 하이퍼 전기로 공정 연구 박차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업계가 친환경 기업으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를 활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개발하고, 탄소 저감 브랜드 제품을 출시하는 등 글로벌 철강시장에 빠르게 확산하는 탄소 감축 기조에 발맞춘 경영 전략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친환경 경영체계 구축 작업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포스코다. 오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포스코의 대표적인 친환경 경영 사례로는 ‘탄소 저감 브랜드’가 꼽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전날 서울시와 친환경성을 통한 ‘순환경제사회 촉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폐철을 포스코의 탄소 저감제품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로 재활용해 서울시 신규 도시브랜드 ‘Seoul, my soul’ 조형물을 서울광장 등 서울시 랜드마크 3개 지역에 설치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은 포스코가 지난달 국내 최초로 선보인 탄소감축량 배분형 탄소 저감제품이다. 지난해 11월 론칭한 2050 탄소중립 마스터브랜드 ‘그리닛’에 착안해 이름 지어진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탄소배출량 감축 실적을 특정 강재에 배분하는 매스 밸런스(Mass Balance) 방식을 채택해 만들어졌다.
포스코가 제품 개발 과정에서 인증받은 탄소감축량은 총 59만t(톤)에 달한다. 탄소 저감제품은 이미 다양한 분야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포스코와 탄소 저감 강재 제품 공급·구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건조기 부품 소재로 활용할 목적으로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 200t을 주문했다. 삼성전자 역시 프리미엄 오븐 제품 등에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을 우선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 역시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이큐브’ 기술이다.
하이큐브는 신(新)전기로에 철스크랩과 고로의 탄소중립 용선, 수소환원 직접환원철 등을 혼합 사용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최고급 판재를 생산하는 고유 핵심기술이자 철강 생산체제다.
스크랩(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 전기로에서 발전해 철 원료를 녹이는 것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까지 모두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전기로가 이 기술의 핵심으로 현대제철은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이 약 40% 저감된 저탐소 강재이자 고유 브랜드인 ‘하이에코스틸’을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현대제철은 현재 한국형 에너지 효율혁신 파트너십인 ‘KEEP30’에 참여해 실질적인 에너지 관리체계 수립과 혁신활동을 지속해서 추진 중이며 향후 고로 공정 중에 발생하는 탄소의 저감기술 개발과 에너지 절감에도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동국제강 역시 친환경 공정 및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하는 ‘4대 업종(화학·철강·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탄소중립 개발사업’에서 철강분야 ‘전기로 효율 향상을 위한 에너지 순환 하이퍼 공정 기술 개발’ 과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028년까지 하이퍼 전기로 공정 연구를 완료할 계획이다.
하이퍼 전기로는 기존 전기로 대비 에너지 효율이 높고, 탄소 배출량이 적은 전기로다. 철 스크랩 예열과 장입 방식을 개선해 국내 최초 친환경 전기로인 ‘에코아크 전기로’의 전력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하이퍼 전기로 기술을 완성하는 것이 동국제강의 목표다.
동국제강은 이미 2010년 에코아크 전기로를 도입, 친환경 공법 분야에서 다양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실제 동국제강 인천공장 에코아크 전기로는 국내 기준 전력 효율(일반 전기로 대비 30%↓)이 가장 높다. 동국 제강은 이번 하이퍼 전기로 기술 개발 및 도입에 성공할 경우 추가적인 전력 효율 향상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철강업계가 저탄소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데는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것이다. 특히 철강산업은 탄소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이 2026년 본격 시행을 예고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탄소 배출이 많은 지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5년부터 오직 EU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방식만 허용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 곳곳에서 탄소 중립 요구 압박이 거세지면서 '저탄소'가 곧 철강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분위기”라며 “친환경 공정 개발과 저탄소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갈수록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