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우려는 지주 덕에…매물 쌓인 보험업계 ‘들썩’[머니뭐니]
[KDB생명 제공]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비은행 강화에 나선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보험업계에서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공시를 통해 KDB생명 본입찰에 ‘비구속적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3%가 매각 대상으로, 2000억원 안팎에서 거래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에 나선 것은 보험사 인수를 통해 비은행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비은행 부문의 실적 기여도가 40%에 이르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은 각각 오렌지라이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며 보험시장에서 적극적인 외형 성장을 꾀해 왔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품게 되면 하나생명은 생보시장 10위권 진입이 가능해진다. 3월 말 기준 KDB생명의 자산 규모는 17조원으로, 6조원 수준인 하나생명과 합치면 단숨에 23조~24조원 규모로 덩치를 키워 흥국생명(26조원)이나 KB라이프생명(30조원)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다만, 향후 실사 및 인수조건 결정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협상이 어떻게 흘러갈 지 지켜봐야 한다. KDB생명은 2014년 이후 4차례나 매각 시도가 무산됐던 ‘5수’ 매물이다. 장기간 주인을 찾지 못한 사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비율은 3월 말 47.7%(경과조치 적용 후 101.7%)로 낮아진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은 보유계약 구조상 당장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 많이 나오기 어렵고, 인수 초기에 조직적, 비용적으로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나금융이 실사를 진행하면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교보생명도 주목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손보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손보사 인수를 통해 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에 대한 지분 투자를 검토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최근엔 MG손해보험 인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차 공개 입찰을 앞두고 예금보험공사가 교보생명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에 물밑 접촉을 진행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MG손해보험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관련 소송 결과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소송 선고기일은 8월 10일이다.

계열사 중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도 유력한 원매자로 떠오르고 있다. 임종룡 회장이 3월 취임 당시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며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M&A의 큰 장이 서게 되면 참전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생보사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보사는 손보사보다 자산 규모가 커 인수 직후 곧바로 몸집을 키우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생보사가 주력으로 판매하는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은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 차원에서, 보장성보험은 수익성 차원에서 유리한 측면도 있다.

현재 보험사 M&A 시장에는 KDB생명, MG손해보험 외에도 동양생명, ABL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이 잠재적 매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경영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은 동양생명과 롯데손해보험이 주로 거론된다. 두 회사의 1분기 말 CSM은 각각 2조4857억원, 1조8949억원을 기록했다.